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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그 의미를 찾아서
  • 환경과조경 2008년 8월

여행...그 의미를 찾아서
To find out the meaning of a journey

여기 호기심 많고 열정이 넘치는 23살의 한 의대생이 있다. 그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4개월간 전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결심한다.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모터싸이클에 몸을 싣고, 안데스산맥을 가로질러 칠레 해안을 따라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으로 뛰어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채.
당찬 각오로 시작된 이들의 여행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이동 수단인 모터싸이클 마저 망가지면서 여행은 점점 고난 속으로 빠져든다. 이제 그들은 모터싸이클 대신 걸어서 여행을 계속한다.
여행을 하며 여러 곳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한다. 점점 퇴색 되어가는 페루의 잉카유적,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몰리는 추끼까마따 광산,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나환자촌 산빠블로에 이르기까지...
이제 곧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 하지만 그들은 이 8개월간의 여행을 거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자라남을 느낀다. 길 위에서 새로운 세상의 목마름을 깨닫게 되는 23살의 청년!
그가 바로, 훗날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 받은 세기의 우상, 쿠바 혁명의 영웅이라 불리우는 ‘체 게바라Ernesto Guevara de la Serna’이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라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꿔놓은 것은, 생각해보면 소름끼치도록 신기하고 오묘한 일 아닌가. 그저 생활의 무료함을 떨쳐내려고 떠난 여행이 한 사람을 바꾸면서, 그 사람이 세계를 움직이는 지도자가 될 줄이야...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가?
우리는 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날까? 여행을 다녀 온 후에 얻는 것은 무엇일까?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의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여행을 통해 심신을 재충전해서 활력을 얻고 또 다시 자기 생활로 돌아가는 사람, 여행의 기억을 잊지 못해서 다시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사람, 그리고 여행을 가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 보통의 사람들은 첫 번째의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좋은 추억으로 둔 채,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어떤 계기로 한 번씩 꺼내어 보는 그런 경우이다. 내 경우에는 마지막 경우의 여행이 되었지만, 그러한 경우는 흔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어려움이나 답답함을 호소할 때 그 해결책으로 여행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늘 같은 모습인 것만 같은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정체된 일상들이 지겨워 질 때면 우리들은 어딘가로의 여행을 작정하고 또 실행하곤 한다. 나이 혹은 어떤 형태, 어떤 이유에서건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현실에서의 도피’ 혹은 ‘자기 위치에서의 벗어남’ 곧, 일탈을 꿈꿀 때 여행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일탈에 대한 열망은 어쩌면 현재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재를 좀 더 풍성하게 하고 새롭게 돌아보기 위한 잠시간의 휴식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현재의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이 여행에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나의 무언가를 해결해 줄거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여행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굳이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뜻을 훼손하기가 쉽다. 나의 경우만 보아도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면 내가 무엇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해외여행을 떠나든, 가까운 유원지를 가든 여행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행이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그것을 깨닫고 느끼는 과정도 여행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돌아옴의 당연한 결과를 아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필수 조건이다.

글 _ 백수현 기자|디자인 _ 허옥경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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