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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Life 일상 속 조경문화
  • 환경과조경 2008년 8월
Green Life 일상 속 조경문화
Green life : About Making Gardens to Eat

문화 콘텐츠의 교환이 시작되다
우리 조경인들의 염원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조경이 아직 문화로서 자리잡지 못한 것이 사실인 듯하다. 필자 혼자의 독단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반인과 조경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치른 바 있다. 연구실 직원들과 실습생까지 동원되어 친지, 가족, 타사 동료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였는데 설문에 응한 사람들이 50명 정도였으므로 이를 통해 진리가 밝혀졌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우선 ‘분위기 파악’은 된 것 같다.
일상 속 조경문화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조경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위를 살펴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들이 조경문화가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조경문화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문화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이용하는) 층이 넓게 형성되어야 비로소 조경문화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설문 조사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조경이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문화로 여겨지지 않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 라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행이다. 물론 황당한 질문을 받고 많이 고민한 끝에, 짧은 의식화 과정을 거치며 “아 그래. 조경 문화라는 것이 있을 수도 있겠네.” 라는 결론에 도달한 사람들이 대다수였음을 밝힌다. 아무도 “당연하지. 조경문화가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고 말고.”라는 대답을 준 사람은 없었다. 이는 전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러하다면, 즉 조경문화가 아직 인정되고 있지는 않더라도 지금 막 형성되고 있는 과정이고, 공원, 가로수 길, 하천변 운동시설과 카페거리 및 아파트 조경공간 등이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조경공간으로 서서히 각인되어 간다면, 이와 관련된 일상적 행위들 역시 공통분모를 모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일상 속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쉬운 질문에 우선 관심을 쏟아보았는데, 특이하게도 조경인들은 여가 시간에 집에서 쉬거나 영화관, 찜질방을 찾는 반면 일반인들은 조경공간을 찾아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는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공원을 찾는다고 대답한 경우도 있을 터인데 이는 의식의 차원에서나마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으로 본다면 예상외로 젊은 비전공자들이 공원이나 카페거리 등의 외부공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중장년층은 각자 개인 정원이나 아파트 베란다 혹은, 전원주택의 꿈을 가꾸고 있는 듯 했다. 조경공간이라는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고 자란 세대가 아니므로 조경이 낯설고 오히려 정원이 더 쉽게 와 닿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비추어 지금 젊은 층을 위주로 하여 조경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조경공간의 생산자는 창조행위로부터 잠시 벗어나 다른 유형의 소비공간, 즉 찜질방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찜질방 직원은 여가 시간에 공원을 찾는 다는 식의 문화 콘텐츠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경공간을 찾는 전공자의 경우, 대개 답사나 벤치마킹 등 생산을 목적으로 하므로 순수한 소비의 행위라고는 볼 수 없겠다. 이는 조경이 일상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구조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로서 조경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 마련되어 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구태여 조경문화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의식형성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조경문화와 공공 공간에 대한 토론은 전문인들의 몫이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온전히 이 장소들이 제공하는 즐거움을 발견하면 되고, 이 장소들을 일상 생활의 동선 속에 포함시켜주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공간들을 적극적으로 ‘점유’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글 _ 고정희 외6인 (고정희조경설계연구소)
에디터 _ 백수현
디자인 _ 이은미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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