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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역사유적 및 문화재 보존·관리 실태
  • 환경과조경 2008년 4월

지난해 경관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서 우리도 우리네 경관을 제대로 관리할 제도적인 틀을 마련을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경관관리 대상범위에 역사경관을 포함시킴으로서 그동안 점적으로만 보호되어 왔던 문화재를 면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함으로서 문화재보호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겠다. 경제개발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던 우리의 문화재도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바라보며 이제 제대로 대접받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숭례문화재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우리나라 문화재 보호, 관리 실태는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다. 2002년 8월 숭례문 홍예석이 빠져 땅바닥에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방송 인터뷰차 현장에 갔다가 우연히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갈 기회를 가졌다. 2층 누각에 올라간 필자의 눈앞에 펼쳐진 누각내부의 모습은 한마디로 쓰레기통 그 자체였다. 새까만 공해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여기저기 뒹굴러 다니는 삽자루들, 61년 보수공사 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공사도구들, 그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자재 등이 한꺼번에 뒤범벅이 되어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이게 우리나라 국보 1호의 참모습인지....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우리나라 국보 1호가 이렇게 관리되고 있으니 다른 문화재야 오죽 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히 누각 내려오고 말았다. 그 후 한겨레신문에 “숭례문-이제는 국보 1호답게 대접해 주자.”라는 제하의 컬럼을 써서 6년 전에 오늘의 숭례문 화재를 미리 경고한 적이 있다.

서울 종로세무서가 있는 익선동에는 1924년 우리나라 최초로 마스터플랜에 의거해 주택전문 집장사에 의해 지어진 한옥 80여 채가 고스라니 남아 있다. 그러나 몇 해 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이제 곧 헐리게 생겼다. “보존할 가치가 없는 문화재”라고 결론이 났다는 후문이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인지 아닌지는 문화재 전문가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왜 문화재 전문가도 아닌 도시계획 전문가가 판단을 해서 결론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문화재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아직도 후진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이곳 익선동에는 지금 재건축조합이 결성되어 27층 규모의 아파트를 추진 중이란다. 이곳에 27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종묘의 서측 담장 너머로 아파트 4동이 불쑥 올라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의 역사경관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종묘는 세계문화유산에서 세계위험유산으로 등재될 것이고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에서 탈락될 위험까지 처할 것이다. 독일 퀼른 대성당을 보라!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유네스코에서는 퀼른 대성당을 세계문화유산에서 세계위험유산으로 등재함으로서 독일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익선동 문제는 한옥을 헐어 냄으로 인해 문화재 파괴를 자초하고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한옥경관을 파괴하고 더 나아가 종묘의 역사경관까지 파괴하는 삼중살의 역사파괴 현장이다. 몇몇 비전문가들의 밀실행정으로 인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기 시행되고 있는 경관법에 의거하여 익선동의 한옥경관과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계획을 시급히 세우고 경관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역사건축학회의 의뢰로 몇 해 전 경상북도 청송군의 비지정문화재를 실측조사 한 적이 있다. 지정문화재는 지방지정문화재이건 국가지정문화재이건 비교적 잘 보호되고 있지만 비지정문화재는 문화재이긴 하나 지정이 안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도 돌보지 않고 그냥 버려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짝을 도굴꾼들에게 도둑맞은 것은 부지기수이고 심하면 마루장 까지 뜯어간 곳이 있는가 하면 비가 새는 기와를 방치하는 바람에 서까래가 무너져 무방비로 방치된 곳도 많이 관찰되었다. 어떤 곳은 지금 당장 지정해도 좋을 훌륭한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로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지정문화재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고 있거나 문중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는 그나마 다소 낫다. 비지정문화재는 예비문화재라는 인식을 갖고 관리주체를 정해 관리를 하든지 정부차원에서 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 사이에 예비문화재제도를 도입하여 더 이상 비지정문화재의 파괴를 막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글·사진 _ 강찬석 Kang, Chan Suk
                 (문화유산연대 대표, 대환건축 소장, 문화재청 전문위원)

(본 원고는 요약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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