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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풍경은 없다(7): 신내동의 한평공원, 의식과 절차가 있었던 풍경
  • 환경과조경 2009년 8월

첫 번째 사례의 사진 두 장은 2008년 만들어진 영구임대아파트단지 신내 10단지에 있는 한평공원의 조성 전과 후의 모습이다. 이곳은 아파트단지 입구에 있는 작은 쉼터임에도 세력다툼이 있었다. 할머니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술 마시는 남자들이 자리를 점령하기도 하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차지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밝은 공간도 아니어서, 술 마시는 곳, 그러다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은 하나둘씩 모여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술 먹기 더 좋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먹는 통에 다른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곳을 예쁘게 만들어놓으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그래도 묵묵히 아이들과 주민들이 참여해서 퍼골라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했고 나무도 함께 심었다. 밝은 활동을 쌓아가기 위함이었다. 이곳은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하는 밝은 공간이라는 인식. 작은 개장식에는 돼지머리 대신 돼지저금통을 놓고 잔칫상을 벌였다. 동네에서 늘 문제를 일으키는 장비와 관우, 조자룡도 모두 참여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평공원에서 술은 사라졌다. 밝은 공간이 되었다.


두번째 사례. 고양시 시청의 한 회의실, 고양시 경관계획 서포터즈(supporters)와 연구자들이 함께한 워크숍의 시작 직후와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의 장면이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연구소는 고양시 경관계획 연구를 수행하면서 서포터즈를 모집했다. 일반적인 설문조사에서 벗어나 다른 조사활동을 해보자는 의도였다. 인터넷 한 사이트에 공고문을 내었고, 자신이 사는 고장에 대해 할 말이 있는 몇몇 주민들이 신청을 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평일 오후에 열린 워크숍에도 기꺼이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 처음 시작 할 때의 어색함이란. 이미 안면이 있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서로 떨어져 앉아서는 자신의 손톱에 새삼스런 관심과 애정을 표한다던가, 핸드폰을 점검했다.

그러나 마지막 인사에서 어떤 이가 ‘오늘 모인 이들이 모두 내 애인 같다’라고 표현할 만큼 몇 시간 만에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조를 짜고, 조의 이름을 만들고, 조장을 정하고, 좀 남세스럽지만 조마다 구호도 만들고 외치면서 이들은 잠시나마 공동체가 되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조마다 고양시 지도를 앞에 두고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신이 속한 조를 위해서,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의견을 내놓고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는, 의식과 절차가 있었다

위의 두 사례의 풍경과 풍경 사이에는 공동의 리듬을 찾기 위한 의식이, 절차가 있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주변에 사는 이들을 불러, 지나는 이들을 붙들어 그림을 그리는 의식, 나무를 심는 의식, 돼지저금통이라도 앞에 두고 막걸리를 따르는 의식을 치렀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쑥스럽지만 서로 인사를 하고 조의 이름을 짓고 구호를 외치는 의식을 거쳤다. 전시용이나 관료적 과정이 아니라 이곳이 밝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서로간의 어색함을 떨치고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의식. 그러한 의식은 그 공간에 대해, 그러한 시간에 대해 공동체적 의미를, 의도치 않은 애정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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