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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메모리얼과 멜버른 전쟁기념관 중정
  • 환경과조경 2009년 6월
족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발리 메모리얼

2002년 발리 폭파사건은 어쩌면 우리에게 낯선 사건일지 모른다. 당시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열기의 감흥이 아직 남아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주 사람들에게 있어 2002년 10월 12일은 그들의 역사상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중 하나가 되었다. 202명의 무고한 생명이 테러의 희생물이 되었고, 그중 91명의 호주인들이 생을 마감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을 추모하는 공간들이 크게 영국, 호주, 발리에 생겨났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호주는 멜버른과 퍼스, 시드니 그리고 캔버라에 각각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 그중 22명의 희생자가 있던 빅토리아주는 사건발생 3주기를 맞아 멜버른 Lincoln Square에 Bali Memorial을 조성했다.

여타 추모공간이 남은 유족들에게 큰 의미가 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대상지 결정이나 디자인만큼은 그들의 의사나 의도와 상관없는 공간이 되곤 하는 게 일반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발리 메모리얼은 조금은 다른 시도가 이루어진 사례로 남을듯하다. 바로 대상지 선정과 계획 및 설계에 있어서 유족들의 절대적인 의견과 의도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생자들의 대부분이 젊은 청년들이었기에 유족들은 그들의 젊음을 상징하는 지역을 대상지로 삼길 원했고, 이러한 이유로 발리 메모리얼이 대학가에 들어서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물과 햇볕 그리고 탁 트인 공간이 대상지내에 포함되길 원했다. 이러한 그들의 제안은 202개의 자그마한 바닥조명(전체 희생자를 상징)과 91개의 분수(호주인 희생자를 상징) 그리고 빅토리아주의 희생자 22명의 이름이 기록된 추모 현판의 도입으로 실현되었다.


Design _ Melbourne Council & Victim’s Families
Location _ Lincoln Square, Melbourne, Australia
Budget _ Au$ 185,000
Construction _ 2construct


한 대비가 인상적인 멜버른 전쟁기념관 중정

멜버른에는 ‘Shrine of Remembrance’라는 이름의 전쟁기념관이 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인데 이 기념관의 중심축이 멜버른 중심가를 한축으로 가로지르는 Swanston Street의 축과 같이 하고 있어 이곳의 역사적 무게감을 더해 주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정원은 이 전쟁기념관의 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면 한눈에 들어오는 전쟁기념관 건물의 모습과는 달리 이 정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두운 대리석과 대조되는 두 가지 색이 눈에 들어오는데, 하나는 기념관을 바라볼 때 왼쪽에 위치한 붉은색의 안내센터 입구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편에 위치한 ‘Garden Courtyard’이다. 평면상으로는 두 곳 모두 왕관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기념관 입구에서 볼 때는 단순한 벽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만 안내센터 입구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의 벽과 바닥 그리고 헌화할 수 있는 곳 말고는 벽에 새겨진 몇몇 글들이 눈에 보이는 전부. 상당히 건축적인 공간이지만 거대한 기념관이 압도하는 느낌의 외부공간과 달리 위요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붉은 색의 벽면과 함께 위요된 듯 비어있는 이 공간은 때로는 기념을 위한 공간으로 단순히 비어두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Garden Courtyard’역시 안내센터 입구와 같은 형태의 공간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형태적으론 같지만 반대편의 빈 공간과는 달리 이곳은 올리브, 오크, 덩굴류 식물과 함께 목재데크로 채워져 있다. 즉 틀은 같지만 다른 내용의 그림이 그려있는 곳이다. 이러한 특성은 기념관 테라스에 올라가면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Garden Courtyard’ 디자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인을 추모하고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올리브 나무를 이식시킨 것이다. 이식된 올리브 나무 주변으로는 사암과 목재데크, 낙엽성 오크로 마감되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이 정원을 보다 드라마틱하고 시적인 인상마저 들게 한다. 이 공간은 특별한 날의 기념 및 회상의 자리로 이용된다. 벤치와 벽구조물은 꽃을 헌화하기 위한 제단이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구조물 아이템은 헌화된 꽃들의 섬세함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Architect _ Ashton Raggatt McDougall
Landscape Architect _ Rush/Wright Associate
Client _ Shrine of Remembrance Trustees
Location _ Shrine of Remembrance, Melbourne,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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