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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풍경은 없다(5) 면목동 동원골목시장, 그들만의 합리 그리고 우리의 활기
  • 환경과조경 2009년 6월
장에는 마케팅 전략이, 있다 vs 없다

마케팅 전략’ 모든 상행위에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화장실은 꼭꼭 숨겨두어서 백화점 안을 더 둘러보고 찾을 수 있게 한다. 같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는 구석에 두고 에스컬레이터는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또 식품매장은 지하에 있고 전문 식당가는 맨 위층에 둔다.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인데, 고객이 식사만 한 후 백화점을 나오지 않고 쇼핑까지 하게 되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래시장의 상인들도 물론 전략은 있다. 시장의 음식점들은 간판에 ‘원조’, ‘할머니’라는 단어를 넣어 역사가 있는 곳임을, ‘장충동 족발’, ‘명동 분식’, ‘전주 비빔밥’ 같은 상호로 ‘파스타는 이태리가 최고’ 같이 정통성이 있는 곳임을 내세운다.

디가 더 합리적일까? 마트 vs 시장

고객을 더 이상 빼앗기고 싶지 않아 시장도 마트가 되고 싶어 한다. 비나 눈 같은 기후 변화에서 벗어나 언제나 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뜨거운 햇빛을 가려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위 아케이드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지붕을 씌운다. 그리고 마트에서처럼 카트를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바닥을 고르기도 하고 상인들은 옆 가게와 줄을 맞추어 물건을 진열한다. 물리적인 것만 바꾸는 것은 아니다. 쿠폰도 발행한다. 마트가 지향하는‘깔끔’, ‘편리’, ‘효율’, ‘쿠폰을 통한 사행심 조장’을 시장도 실현하려는 것이다.

렇게 하면, 시장도 마트가 될 수 있을까? 면목동의 동원골목시장을 보자. 여기도 ‘현대화’사업을 했다. 지붕이 덮여졌고 쿠폰을 발행한다. 진열된 물건도 간판도 줄 맞추어 있다. 바닥에 물도 고여 있지 않다. 쾌적하다. 그런데 문구점 앞의 저 장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알록달록한 장난감 옆에 젓갈병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디 마트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젓갈을 장난감 옆에 둔다면 바로 항의가 들어갈 것이다. “물건 찾기가 힘들잖아요, 위생적이지도 않구요.” ‘같은 품목은 같은 곳’이라는 기준을 갖고서는 말이 안 되지만, 또 꼭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에서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우연하게도 문구점 주인은 젓갈에도 조예가 깊고 좋은 젓갈 구입처를 안다. 그래서 기꺼이 장난감 사이에 젓갈을 두었다. 고객들도 안다. 이 집 젓갈은 싸고 맛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꺼이 젓갈을 사기 위해 문구점을 찾는다. 어떤가? 말이 되지 않는가?

버마스인가? 말을 통해서 서로간의 합리성이 형성되는 생활세계에 대해 말한 이가. 우리는 시장에서처럼 서로 ‘말’을 통해서 서로의 기준을 만들고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말이 필요 없어졌다. ‘합리화’라는 명분은 굳이 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내판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고, 거기 쓰인 가격대로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말’이 필요하다. 합리성, 그 이상의 기준과 가치로 운용되는 곳이 시장인 것이다. 또 모두 드러내놓고 말을 하는 곳이니 이미지로 사람을 현혹하기도 힘들다.

시장을 거니는 일은 즐겁다. 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생동감’이 있다. 브랜드의 유명세가 아니라‘골라! 골라!’같은 호객행위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그 자체가 시장의 배경음악이 된다. 또 ‘욕망’이 아니라 ‘정서’를 자극한다. “마수걸이인데 깎지 말아요” “떨이라 배추가 시들시들한데 싸게 팔아요." 시장에는 정확한 가격표가 없기에, 있어도 그리 절대적이지 않기에 흥정과 실랑이가 필연적이다. “좀 깎아줘! 한 개 더 줘!” “이거 팔아서 남는 거 없어, 다른 데 가봐, 이만한 가격에 살 수 있나.” 그 과정에서 덤이 오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장은 생동감을 갖는다. 기계적 합리성의 빈틈은 대화로 채워지고, ‘활력’이라는 매력적 부산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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