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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 17
  • 환경과조경 2011년 12월

사람과 같이한 식물의 긴 역사 10

셰익스피어의 식물 2

플로라 여신의 시대
셰익스피어의 식물들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영국에 식물 붐이 다시 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미 대륙에서 진기한 식물들이 넘어오고, 최초의 화훼전시회 등이 열리던 시절이었다. 윌리엄 로빈슨이 집필한 책, “더 와일드 가든”이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내츄럴 가든이라는 새로운 정원 유형을 탄생시키기도 했었다. 이런 식물 붐은  다른 한 편 “아트 엔 크라프트Arts and Crafts Movement” 혹은 “아르 데코Art Deco”라는 새로운 예술 사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식물에서 모티브를 딴 장식적 요소가 특징이었고, 식물의 우아한 선을 본 따 디자인 된 건축물들이 많이 세워진 것도 이 시대의 일이었다. 플로라 여신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런 새 물결은 또한 많은 작가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아마도 윌리엄 모리스일 것이다. 그러나 윌리엄 모리스의 평생 지기였던 에드워드 번 죤스라는 화가 역시 대단히 흥미롭다. 그 역시 장식적인 그림을 주로 그렸다. 현실묘사보다는 옛날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으며, 성서 속의 이야기, 천사들의 알레고리, 신화와 전설, 기사이야기 등을 주로 그렸다. 환상적이고 신비한 작품의 분위기는 지극히 사실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바로 그 비현실적인 분위기 속의 인물들이 신기하게도 마치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식적인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묘사된 인물들이 느끼고 있을 법한 개인적 감성과 고뇌, 슬픔 등이 묘하게 전달된다는 것이 번 죤스 작품의 특징이다. 이미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아발론 섬의 아서왕이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필치로 수많은 꽃을 그려 넣어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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