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끗한 봉오리를 부풀리던 백목련이 허리가 잘린 채 길가에 누워 있었다. 몇 십 년은 돼 보이는 왕벚나무와 은행나무도. 지난 계절의 꽃과 녹음, 그리고 단풍이 아름다웠던 건강한 나무들인데……. 낡은 시설을 부수고 신축 공사를 한다는 소식을 기쁘게 알리는 현수막 아래로 부러진 가지들이 쓰레기처럼 흩어져 있었다. 봄 햇살을 받은 탓일까. 꽃봉오리를 하나 주워보니 보드랍고 따뜻했고, 그래서 우주개 라이카가 떠올랐다.
라이카는 우주 환경에서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우주로 보내진 최초의 우주개다. ‘우주개’라는 단어가 낭만적인 느낌을 주지만,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달리 라이카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과학자들이 돌아올 계획조차 세워두지 않은 로켓에 실어 쏘아 보낸 탓이다. 심지어 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과열과 스트레스로 라이카의 생명 신호는 한나절 만에 끊겨 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이 실험을 통해 생명체가 위성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우주의 무중력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귀중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가 강아지 한 마리의 목숨보다 소중한 걸까. 가족들에게 버려져 추운 길거리 생활을 하고, 낯선 연구소로 잡혀 오고, 침착하고 영리하다는 이유로 너무나 먼 곳으로 보내진 라이카가 내게 훨씬 애틋한데.
새 건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예전처럼 꽃 피는 정원도 딸려 있을까. 그 건물은 꽤 선량한 목적으로 지어지는 중이니 많은 사람이 누리는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축포를 터뜨리듯 떠들썩한 완공식에 모인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칭찬만 한다면, 조금 아득한 기분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