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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감각] 가지치기
  • 환경과조경 2025년 1월호

[크기변환]2025 1월호 풍경감각.jpg

 

 

길게 뻗어 나온 줄기가 발걸음에 걸려서 화분이 쏟아지고 말았다. 무성한 모습이 좋아 일부러 가위를 대지 않았는데. 아깝게 부러진 잎사귀를 주워 모은다. 투명한 유액에 검은 흙먼지가 엉긴다. 뭉개진 자국에서 시린 풀냄새가 난다.

줄기를 잘 보고 발을 디뎠다면, 베란다가 조금만 더 넓었다면, 크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텐데. 쏟아진 뿌리를 추스르고 흙도 새것으로 바꿔 다시 심는다. 너무 차갑지 않은 물로 샤워를 흠뻑 시킨다. 남은 잎사귀에 매달린 물방울이 반짝인다. 우리가 여러 계절을 함께 하려면 가지치기를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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