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조경. 이 말은 다소 모호하고 모순적일지도 모른다. 조경이라는 장르는 보이는 걸 구현하고, 그래서 결국 보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조경이란 무엇이며, 이를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경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조경가 원종호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재주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적극 알리는 걸 한사코 마다하는 대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내향적인 성격으로 인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조경에 임하는 태도는 결코 소극적이지 않다. 그는 보이지 않는 조경을 통해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되는 조경의 편견에 도전하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걸 증명하고자 노력한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 언어를 덧대는 대신 명확하고 직관적인 구조와 절제된 디자인 언어를 정리해 정제되고 편안한 풍경을 구현한다. 그래서 다소 심심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완결성과 완성도를 갖춘 공간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조경의 가치를 역설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 모두는 혼자서 결코 할 수 없었다고. 수상 소감에서 말하듯, 동료와 함께 그려내는 일의 가치를 아는 그는 동료와 스승으로부터 인정받는 사려 깊은 조경가이기도 하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자세로 동료와 설계를 다루는 그가 추구하는 ‘보이지 않는 조경’을 다섯 가지 단상과 에세이, 인터뷰로 담아냈다. 비슷한 길을 함께 걸어온 동료와 지지와 존중을 아끼지 않는 동반자의 글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그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했다. 이번 지면이 결코 자신을 드러내는 법 없이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그를 새로 알게 되거나 더욱 깊은 이해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원종호
보이지 않는 조경의 길 _ 원종호
보이지 않는 조경의 다섯 가지 단상 _ 원종호
완벽한 동화를 꿈꾸는 디자인 _ 김모아
랜드스케이프 플레이메이커 _ 정욱주
터를 그리는 난초 _ 최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