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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이상한 세기의 이상한 공원들
  • 환경과조경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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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야구장 뉴욕대학교는 대형 강당이 없다. 대신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졸업식이 5월 뉴욕 양키스 야구장에서 열린다. 야구를 전혀, 하나도, 조금이라도 즐기지 않는 필자는 학부 졸업식 때 처음으로 이 역사적인 곳에 들어가 봤다. 그 이후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Andrew nypr, 2022, via Wikicommons

 

 

무엇인가 이상한 공원들

도시 분야 번역가의 입장으로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지점이 있다. 바로 ‘공원’이 ‘파크(park)’의 번역어라는 점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애매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공원’이라는 단어는 서양의 공공 정원(public park)이 한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공공’의 공(公)과 ‘park’를 의미하는 원(圓)이 합쳐진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 단계인 park는 공공이 내포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파크의 어원으로는 라틴어 파리쿠스(parricus) 또는 파도 (paddock)를 주로 드는데, 이는 모두 수렵원 또는 수렵을 위한 동물을 키우던 사육지를 의미한다.이 때문인지 영어 단어 ‘파크’는 반드시 공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원(public park) 외에도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야구장(baseball park)과 놀이공원(amusement park), 국립공원(national park)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원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공공의 활용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반드시 ‘공원’이 말하는 공공과 동일한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야구장과 놀이공원은 실제 일정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공공성보다는 일상과 다른 행위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원’이라고 부르지만 ‘공원(public park)’은 아닌 이상한 ‘공원(park)’들.

 

에피소드 1. 아이스 스피어 5스택

롯데월드에 얽힌 얼룩진 추억 하나. 필자는 유치원생 시절 알 수 없는 이유로 이곳에서 피겨 스케이팅을 배웠다. 당시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외곽은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트랙이었고, 내부 공간은 레슨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연습 공간이었다.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무 데나 앉아서 쉬지 말라고 몇 번이고 혼냈지만 유치원생이었던 필자에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가는 잔소리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스피닝을 연습하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몰래 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던 어느 순간, 옆에서 턴을 연습하던 사람의 스케이트 날에 손가락을 크게 베였다. 하필이면 새하얀 바닥에 새빨간 피가 흐르니 크리티컬이 터진 듯 모두가 얼어붙었던 게 기억난다. 공기가 차가워서인지 크게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날 처음 피부를 꿰맨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고 한동안 붕대에 퉁퉁하게 감긴 손가락을 개선장군처럼 들고 다녔다.(각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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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과 롯데월드 어드벤처 전경 ⒸSJYang, 2006 via Wikicommons

 

또또스테드 인 시카고

미국 근대 도시사에 대해 조금만 파헤쳐보면 튀어나오는 그 이름,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 Sr.)(각주 2) 흔히 조경사 시간에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World’s Columbian Exposition)와 도시 계획사를 연관해 배우면서 대니얼 번햄(Daniel Burnham)의 진두지휘 아래 옴스테드가 조경을 맡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실 만국박람회 이전, 1868년 옴스테드와 복스는 시카고의 사우스공원(South Park) 조경 계획을 맡은 적이 있었다.(각주 3) 동시에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Prospect Park) 마스터플랜과 일리노이주 리버사이드(Riverside) 교외 단지 설계를 하며 여러 공원을 파크웨이로 연결하는 범도시적 공원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도시계획 차원으로 확장해 나가던 시기다.

 

1868년 미시간 호수(Lake Michigan)와 관련 수공간을 담당하던 시카고 위생위원회(Chicago Sanitary Commission)가 옴스테드와 복스에게 사우스공원 계획을 의뢰하면서 수공간에 대한 문제를 특히 주요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옴스테드와 복스가 제출한 계획안에는 미시건 호수에서 라군(Lagoon) 지역을 지나 미드웨이 플레장스(Midway Plaisance)를 통해 가장 내륙에 위치한 사우스 오픈 그라운드(South Open Ground) 지역까지 배를 타고 들어가는 수공간이 있다. 물이 고이는 탓에 활용이 더뎠던 공간을 공원으로 만들어 이 일대의 개발을 촉진시키고자 한 의도가 한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계획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계획안이 제출된 지 몇 달 뒤, 1871년 시카고 대화재가 일어나 도시를 완전히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복구 작업을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시카고는 이 사우스공원 계획을 전면 중단시켰다.

 

환경과조경 441(2025년 1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그 이후로 출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과하게 용감한 어린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 이때 옴스테드의 둘째 아들, 릭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 Jr.)는 번햄 아래에서 도시계획을 배우고 있었다. 이 시기 옴스테드는 마라탕 같은 존재였다. 어딜 가도 나온다.

3. 당시 라군(Lagoon, 오늘날 잭슨공원), 미드웨이 플레장스(Midway Plaisance), 사우스 오픈 그라운드(South Open Ground, 오늘날 워싱턴공원)가 있는 지역이 ‘사우스공원(South Park)’로 통칭됐던 것으로 보인다.

 

 

 

신명진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생태조경학과와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문어발 도시 연구자다. 현재 예술, 경험, 진정성 등 손에 잡히지 않는 도시의 차원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도시경관 매거진 『ULC』의 편집진이기도 하며, 종종 갤러리와 미술관을 오가며 온갖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jin.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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