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 경상도지리지에 수성못의 원형이었던 자연 호수 둔동제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수성못의 형태는 1927년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에 의해 완성됐고 그의 묘지가 수성못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안장되어 있다. 역설적이지만 일제강점기 대표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배경이 수성들이다. 하지만 역사의 아이러니와는 무관하게 수성못과 수성들의 관계는 공생적이었다. 수성못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은 수성들은 항상 비옥했기에 수성들(들안로 주변)이 현재까지 번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수성수로(壽城水路)를 통한 수성못과 수성들의 관계 복원을 제안한다. 물을 매개로 문화와 휴식 공간을 조성하고 도시와 자연을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
이질적인 구성
도시와 자연으로 대비되는 들안로와 수성못의 흐름은 내부와 외부가 서로 다른 성격과 모양을 가진 이질적인 구성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실핏줄처럼 퍼져 대지에 물을 공급하던 옛 수로는 수성못과 연결된 수성수로를 통해 도시까지 확장시킨다. 다리의 장스팬을 지지하는 높이 4.2m의 외벽(구조보)은 단순하지만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이 벽을 따라 위아래로 파도치듯 움직이는 바닥은 새로운 실내 공간을 만든다. 이 공간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자 도시를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된다. 보행교 중앙을 가로지르는 얕고 좁은 수로는 도시와 수성못이 만나는 끝에서 넓은 물길로 바뀌면서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푸른 하늘과 푸른 물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숲길을 따라
수성수로에 만들어진 내부와 외부 공간은 들안로와 수성못의 단절된 흐름을 연결한다. 외부 공간에서는 단순한 수평선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도시 풍경을 볼 수 있다. 높이 3m 구조 벽으로 상업가의 풍경을 가리고 교통 소음을 차단했다. 내부 공간에서 수성못과 법이산으로 이어지는 자연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다. 저항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의 구절처럼, “푸른 하늘과 푸른 물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숲길을 따라” 걸으며 들안로 공방에서 제작된 다양한 전시물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도시에서 자연으로 변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 환경과조경 439호(2024년 1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