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기에 접어든 두꺼비는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밤이나 비를 기다리며 산의 골짜기를 따라 움직인다. 본능적으로 골짜기의 촉촉함을 따라가면 물이 많이 모이는 저수지나 습지로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내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는 수심 5m, 길이 약 170m로 담수량이 적지 않지만, 두꺼비가 산란하기에 적합한 얕은 습지와 촉촉한 땅은 거의 없다.
이러한 망월지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고 두꺼비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과 새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대체 서식지를 만들고자 한다. 자연 습지의 생태 원리를 담은 소택지, 습지림, 초지, 숲정원 등을 조성해 두꺼비 산란지와 더불어 생물 다양성이 높은 서식지를 조성하고자 한다.
공존의 풍경
최소한의 개입: 두꺼비를 위한 유도 펜스와 생태 통로를 야생풀과 나무, 자갈 등으로 조성해 자연이 살아 있는 곳으로 조성한다. 산책로를 적게 만들어 사람의 이용을 조절하고 지면보다 높게 띄워 두꺼비를 비롯한 양서류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풍경 조망: 망월지는 서쪽의 옥수산을 비롯해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과 어울려 있다. 짙은 어둠을 품은 산을 배경으로 밝아지는 수면 위로 일렁이는 윤슬을 조망하는 통로를 만든다. 인공과 자연, 수평과 수직, 명료함과 흐릿함이 대비되는 경관에 신비로움을 더하고자 한다.
자연주의 습지 정원: 자연주의 정원은 살아 있는 생태계의 일부로 작동하는 정원으로, 정원 자체로 야생 생물 서식지와 두꺼비 대체 서식처로 기능하게 한다. 자연주의 습지 정원은 소택지의 연못, 숲의 나무, 자연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생태적 다양성이 높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두꺼비 산란장을 만들고 나아가 습지 야생 생물의 건강한 서식처로 기능하게 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풍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공간 구성
북쪽, 생태습지: 망월지보다 약 6m 낮은 곳으로 저수지 제방과 고속도로 사면이 만든 움푹 패인 듯한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다. 자연 습지를 기반으로 한 생태습지를 조성해 자연스럽게 두꺼비의 대체 서식지가 되게 한다. 사유지인 제방 사면은 그대로 보존하고 사유지 주변에 낙엽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정원을 조성한다. 숲 정원 앞 소택지에 크고 작은 물웅덩이를 파내 두꺼비가 서식하는 비오톱을 만든다. 옥수산 일부와 고속도로 사면에 맞닿아 있는 구역은 습지림으로 조성한다. 생태교육관 주변에 땅을 들어 올려 초지와 그라스, 숙근초로 구성된 자연주의 정원을 만든다.
남쪽, 이음습지: 망월지 남쪽에는 저수지 경계의 일부를 허물어 대상지 안까지 저수지 물을 끌어들인다. 경계 둑 일부를 남겨 망월지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이음습지에 물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 두꺼비 서식지가 유지되도록 한다. 지형을 완만하게 만들어 수심이 깊지 않고 다양한 수생 식물이 자라도록 해 두꺼비 산란지가 넓어지도록 한다. 이는 북쪽 생태습지와 더불어 두꺼비의 안정된 대체 서식지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
공존의 건축
지속가능한 생태 연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야생 생물 보존, 수장, 연구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교육관 1층에는 생물 자원 보존 시설과 수장 시설을 배치했다. 2층에는 망월지와 보완 서식지를 연결하는 연결 통로와 트리톱을 조성해 물리적으로 단절된 영역을 이어준다. 매개적 연결 동선은 생태교육관의 램프 복도로 이어진다. 램프 복도는 관람객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생태교육관 체험과 관람 동선이 된다. 램프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고, 망월지와 보완 서식지를 조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