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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푸는 조경 디테일] 조경의 웜톤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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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믹시몰과 공원 옥상 정원 ⒸArch-Exist

 

 

우리 발밑에는 데크가 많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길도 데크,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는 바닥판도 데크, 잠시 쉬러 가는 옥상과 테라스에도 데크가 있다. 데크는 우리 발밑에 널려 있다. 항만 분야에서 갑판을 칭하는 용어에서 유래된 이 단어의 본래 의미는 실외의 특정한 높이에 만들어진 평평한 판을 뜻하지만, ‘목재’ 데크를 대신하는 말이라 할 정도로 목재 소재의 데크가 대중화됐다. 목재 널판의 연속된 마감이 주는 자연스러운 갈색 결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말이 된 지 오래다. 데크는 때로 수직으로 서 있다. 건물 외벽을 마감하기도 하고, 목재로 된 펜스는 데크가 서 있는 꼴이다. 루버 또한 목재로 된 부재의 연속된 마감이 주는 나뭇결의 질감이 기본이다. 차이점은 띄어진 널판 사이 간격에서 강조되는 평행선의 질서가 세련된 정연함을 강화해주고, 그 벌어진 간극에 드리우는 명과 암의 균형이 깊이감을 부여한다.

 

따뜻하고 가벼운

비바람과 사계절의 매서움을 견뎌야 하는 외부 공간에 무언가를 만들 때, 목재 면은 조경의 유일한 ‘엉뜨(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 옵션과도 같다. 열전도율이 낮은 목재는 여름엔 평상처럼 시원하고, 겨울엔 피부를 접촉할 만한 유일한 조경 소재다. 난간 등의 손스침과 벤치의 상판이 목재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부에 닿기 전부터 목재 데크의 온화한 나무색 톤이 시각으로 다가오고 만지면 더욱 편안한 감각을 준다. 데크는 가볍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다. 옥상에서 데크를 자주 만나는 이유가 비중과 경도가 큰 하드우드가 석재나 콘크리트 등 여타 조경 재료에 비하면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에서 따뜻하고 가벼운 데크는 조경 팔레트에서 웜톤의 큰 축이 된다. 상하이 쇼핑몰 옥상부에 덮어야 할 시설이 있어 중부를 높인 데크 면과 기준면을 잇는 도구이자 편안한 라운지 의자가 되기를 의도했던 옥상 정원의 한 가구는 편안함에 신남이 더해져 미끄럼틀로 더 잘 쓰였다. 가구 단면의 유선형이 한몫했지만, 넓게 드러난 목재 면이 주는 온화한 감각이 기여한 바가 더 컸다.

 

살짝 비트니 살짝 설렜어

널(판), 장선, 멍에는 데크를 구성하는 구조적 삼요소다. 장선과 멍에를 엮은 데크 하부의 가지처럼 뻗어 있는 격자형 구조를 하지라고도 한다. 최하단에 멍에가 기초 구조를 잡고, 그 위에 장선이 멍에와 직교 방향으로 깔리고, 직교 방향으로 널판이 깔린다. 장선은 널 바로 아래에서 데크 면을 고정시키는데, 널판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힌 결합나사못, 소위 피스 자국들은 그 아래 장선의 자취를 드러낸다. 일반적인 데크 면은 하지 구조 질서의 한 방향으로 평행하게 뻗어가는 ‘데크 깔기’라는 방식으로 깔리며, 널판이 펼쳐져야 하는 구조를 최적화하고 비용과 공기를 모두 고려할 때 합리적이다. 데크 길과 같은 좁은 영역에서는 한 방향의 반복과 수평 확장이 문제가 없지만, 넓은 영역에서 단 방향의 반복은 단조로운 공간이 되기 십상이다. 체커보드 패턴이나 헤링본 같은 무늬 배치의 고려도 필요하다. 무한한 반복성을 수평적 확장의 도구로 활용한 장소가 일본 나오시마 예술 섬 베네세 하우스(Benesse House) 앞 수변 데크다. 수평선을 향해 곧게 뻗은 널의 평행선은 데크 면을 해수면과 동등한 위치로 느끼게 한다.

 

데크 깔기의 각도를 중간에 한두 번만 살짝 비틀어 주거나 서로 다른 두 각도의 시작을 교차시키면 살짝 설레는 지점에 도달한다. 작은 개인 프로젝트에서 널 방향을 지그재그로 비트는 디테일을 제안했다가 데크 기술자에게 노여움을 잔뜩 샀다. 한 번의 작은 회전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도 있던 반면, 적극적인 회전과 조합으로 기대 이상의 감각적 효과를 만든 적도있다. 데크 면의 질서가 만드는 결의 무늬로 조합할 수 있는 패턴과 중첩은 예상 못 할 새로운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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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믹시몰과 공원 옥상 정원에 설치한 목재 가구 ⒸArch-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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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시마 예술 섬 베네세 하우스 앞 수변 데크 Ⓒ최영준

 

 

환경과조경 433(2024년 5월호수록본 일부


최영준은 조경설계를 가르치고 조경 디자인의 성능을 연구하는 교수지만, 정체성의 중심에는 외부 공간을 그리고 만들어가는 조경가가 자리한다. 매년 다시금 찾아가고 싶은 장소를 하나씩 만들어 이웃과 공유하는 기쁨을 위해 설계하고 짓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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