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공일의 생각
스튜디오일공일은 궁극적으로 소규모 스튜디오 방식을 추구한다. 외형적 규모에 욕심내지 않으며, 소수의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수행하며 모든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의 집중력을 잃지 않는, 작지만 강한 조경 디자인을 지향한다. 프로젝트의 종류, 성격과 규모에 경계를 두지 않으며, 작은 정원에서부터 주거 단지, 오피스, 공원 및 오픈스페이스, 리조트 등 다양한 스케일을 넘나들며 단위 경관, 소재, 디테일 등 또 다른 차원의 경관적 융합을 이어가고자 한다. 마이크로micro 경관과 매크로macro 경관이 살아 숨 쉬는 공간,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풍성한 경관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101’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실험성, 심미성, 실현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 100 다음에 새롭게 시작하는 1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적 의미처럼,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 새로움을 이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중심적 사고는 단순히 결과물 디자인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바탕이자 과정이며 결과다. 현장 조사와 리서치, 분석, 디자인, 디자인 검증 등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의 전 과정에서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생성적 다이어그램을 통한 대상지 읽기, 디지털 또는 피지컬 모형을 통한 디자인 발전 스터디와 디자인 검증, 라이노를 통한 도면화, 디자인 감리 현장에서의 디자인 보정과 검수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제안하는 계획이 우리만의 태도를 담는 차별화된 경관 디자인 창작물로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책임과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설계 스튜디오
‘일공일’은 궁극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직위 및 역할에 상관없이 개별적인 디자인 주체로서 존중받고, 동시에 책임감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올 라운더(all rounder) 조경설계사무소를 추구한다. 설립 초기부터 공공 영역의 기본계획이나 대형 공공 프로젝트보다는 주로 민간 영역에서 벌어지는 규모가 작고 디자인 밀도가 높게 요구되는, 실제 시공으로 바로 이어지는 민간 특화설계 프로젝트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 팀을 운영할 때 계획실과 설계실의 구분 없이 한 팀에서 기본계획부터 실시설계까지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수행하게 했다.
일종의 고급 조경이라고 불리는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요구되는 프로젝트는 골격 디자인을 시작할 때 부터 각 부분의 세부 디테일까지 함께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서, 디자이너들이 디테일 디자인을 접어두고 계획안만 그리는 훈련만 하면 디자인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스케일을 오가는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고, 본인이 참여한 설계안을 3D 작업으로 실체화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어떻게 도면화되는지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이 직원들을 올 라운더 디자이너로 성장시킬 것이라 본다.
같은 맥락에서 직원들에게 정원 공모에 참여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정원박람회는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더 긴밀하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더 나아가 다양한 정원 디자이너, 시공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공교롭게 지금까지의 모든 팀장급 직원은 개인 자격으로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15 순천만 한평정원 디자인전 작가부 선정(김현민, 차용준, 서용현, 김광중, 이상수), 2017 순천만 한평정원 페스티벌 작가부문 최우수상(오태현), 2020 경기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선정(이슬기), 2023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우수상(이세희, 장지연), 2023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 부문 우수상(최담희, 김선우) 등 다양한 정원박람회에 참여하고 수상했다.
공모전 참가자는 다른 직원에게 수차례 출품작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크리틱을 거쳐 작품을 발전시킨다. 시공작으로 선정되면 준공 시까지 필요한 작업이나 미팅, 답사 등을 업무 시간에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부분적인 경비를 지원한다. 직원 역시 본인의 여름 연차를 사용하거나, 작품 및 이미지 저작권을 회사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장소의 이야기를 듣다
예전에 기고했던 ‘그들이 설계하는 법’(『환경과조경』2014년 4월호)에서 언급한 ‘인터페이스 랜드스케이프(접촉면 경관)’는 여전히 내가 조경을 하고 있는 이유이며, 스튜디오일공일 설계 철학의 바탕이다. 짧게 요약하면 우리가 디자인하는 조경 공간의 이용자는 ‘조경가가 설계한 공간(다른 의미로는 조경가에 의해서 해석된 공간, 또는 원래 대상지가 가지고 있었던 무수한 역사적, 환경적 정보와 의미가 조경가에 의해서 선별되고 해석되어 다른 공간으로 재탄생된 공간)’의 이용을 통해서만 그 공간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결국 조경이라는 작업은 대상지와 이용자 사이의 역사, 문화, 생태, 그리고 공감각적 감흥을 포괄하는 ‘접촉면 경관’을 형성하는 작업이며, 그것을 통해 이 땅의 가치를 이해하고, 경관과 소통하고, 장소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의미 깊은 작업이 아닐까. 우리가 대상지 리서치와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아가 우리가 이러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더 큰 이유는 이러한 땅과 자연, 그리고 시간의 의미를 경관과 함께 통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는 조경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도시숲과 숲놀이터
생명의숲은 학교숲운동과 도시숲운동 등 날로 열악해지고 있는 도시 환경에 숲을 통해 다시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시민단체다. 우정숲 프로젝트는 당시 도시숲운동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후원하던 우정사업본부가 서울중앙우체국 공개 공지에 기존 시설 철거 후 도시숲을 조성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명동의 입구인 대상지는 불과 60~70년 전까지 남산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퍼져 있던 남산의 끝자락이었고, 민족의 상징적 의미인 남산의 생태계가 열악한 도시 환경에 의해서 생태적 천이의 방향이 건강한 숲의 방향이 아닌 오염에 강한 산업 단지의 도시림인 팥배나무림와 산딸나무림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이러한 주제를 담아 도시의 포장 블록을 뚫고 올라오는 자연의 힘을 모티브로 한 ‘들썩플랜터’를 주요 시설로 하는 도시숲운동 기념정원을 조성했다. 이 프로젝트를 인연으로 2023 모두에게 평등한 숲 만들기 희망숲 2호: 틈새숲, 2024 희망숲 3호: 무궁화기념정원, 2024 청주가드닝페스티벌 입구정원: 씨앗숲 등을 통해 도시에서의 숲과 자연의 의미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김아연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와 협업 프로젝트로 함께하게 된 유니세프 아동권리공간 ‘맘껏숲’ 프로젝트 역시 버려진 도시 공간을 다양한 연령의 아동을 위한 자연 여가 공간으로 조성한 숲놀이터다. 김아연 교수와는 이전에 군산의 유니세프 아동권리광장 ‘맘껏광장’을 통해서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을 위한 자립적 활동 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선행한 적이 있다. 맘껏숲에서는 맘껏광장보다 심화된 콘셉트를 활용해 평일 낮과 주말에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숲 놀이터를 마련하고, 저녁 시간에는 청소년을 위한 공방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청소년 숲 여가 공간을 조성했다.
홍석환 교수(부산대학교 조경학과)와 함께 진행한 밀주초등학교 역시 이와 비슷하게 밀양의 구도심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생태적 자연 놀이터로 전환한 프로젝트다. 자연 놀이터 완공 후 입소문을 타고 대도시에서 전학을 오는 등 2개 학급이 늘어나고, 많은 주변 학교와 지자체 교육 관계 부서의 견학이 이어지는 등 큰 이슈가 되었다.
사무실을 운영한 지 올해가 벌써 9년 차다. 돌이켜 보면 한 해, 한 해 매년 정신없이 지나가기만 한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제법 많이 쌓였다. 그들 간에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통일된 방향성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이런 것들이 일공일의 이미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 일공일의 지난 9년을 함께 노력해 준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했고, 앞으로도 여전히 감사한다는 말을 전한다.
스튜디오일공일(STUDIO101)의 ‘101’은 100 다음의 새롭게 시작하는 ‘1’을 의미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곧 새로움의 시작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실험성, 심미성, 실현성을 갖춘 작업을 지향하는 실천적 조경설계사무소다. 정원, 오피스, 공원, 주거 특화설계, 리조트 및 테마파크 등 실제 시공으로 이어지는 공공·민간 영역의 다양한 외부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