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주인 의식
“토크쇼의 주인이 누구요?!” 2007년 무한도전 멤버였던 개그맨 박명수가 ‘거성쇼’를 진행하며 카메라를 향해 삿대질과 함께 던진 명언(?)이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머릿속에 다음 대사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바로 GOAT(Greatest of All Times). (한국에서 밀레니얼을 정의한다면 아마도 ‘MBC 무한도전과 청춘을 함께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미국에서 밀레니얼을 이야기할 때 포켓몬스터(각주 1)나 서브컬처계에서 특히 유명한 프릭스 앤 긱스(Freaks and Geeks)(각주 2)를 언급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박명수의 그 발언 직후 MC 역할을 맡았던 개그맨 유재석이 말한다. “시청자 여러분들 아닙니까, 시청자 여러분들.”
당시에는 ‘역시 국민 MC 유재석. 그래, 무한도전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는지 박명수의 발언이 신경 쓰인다. 학부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없이 들었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잔소리가 떠오른다.
하지만 어디 ‘남의 업장’을 내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가. 필자가 기억하는 첫 ‘주인 의식’은 손안의 작은 세계. 게임보이 ‘포켓몬스터 블루’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가지고 놀던 다마고치와 비교는 어불성설.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는 가상의 ‘세계’를 여행하며 포켓몬을 키우는 방식인데, 그뿐 아니라 대전을 통해 내 포켓몬의 우월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결국 나 자신이 위대한 트레이너임을 확인하는, 일종의 안전지대 내 자아실현의 일환이었다. 유치원 시절 공룡 이름을 외우고 다니 듯 초기 150종의 포켓몬 이름과 특징을 외우는 것으로 필자의 미국 현지화가 진행됐다.(각주 3) 비록 가상일지라도 내가 가장 좋은 트레이너,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관리자가 되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아니었을까.
공원의 주인을 찾아
공원의 주인은 누구일까. 공원 조성을 공공 예산으로 했다고 가정할 때, 세금을 낸 시민 전체, 향유의 주체가 될 주변 거주민, 점유하는 노숙자들, 번식과 생식하는 다양한 비인간 생물체와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미생물 등등. 조성부터 이용, 점유에 이르기까지 한 공원의 삶(life of a park)에서공원의 이해 당사자는 수없이 많을 것이며 그중 많은 이가 공원의 주인 노릇을 자처한다. 비록 원래의 의도와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
최근 들어 공원 조성부터 관리까지 빼놓을 수 없는 안건이 ‘공원 거버넌스’다. 조성 단계의 시민 참여부터 지속적인 공론화, 주민 참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공원에서 주민과 시민, 더 넓게는 국민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은 결국 공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의 한 축을 이룬다. 공공 공간의 지속가능성은 공공의 관심에 달려있다고 전제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많은 이해관계자가 얼마나 개인적 이득을 넘어 공원 자체를 가장 아름답게 키우고 싶어 하는지다. 즉 사명감이다. 비록 간접적일지라도 공원에 대해 주인 의식을 지닌 사람들, 사명을 가지고 참여하고자 사방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 환경과조경 432호(2024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케이블 채널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에서 1997년 4월 포켓몬의 미국 더빙판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2.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한 시즌만 하고 사라졌는데, 1990년대 미국의 평범한 인물들의 일상을 드라마화했다.
3. 현재 9세대까지 나와 총 1,024종으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젠 더 이상 외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