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만 설계하는 것은 위험하다. 금방 저물기 때문이다. 젊음을 무기로 하는 것은 위험하다.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라질 젊음을 주목하고 상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작가상, 젊은 예술가상, 젊은 과학자상, 젊은 건축가상. 그 취지를 들여다보면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 조경의 미래를 설계하는 젊은 조경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과 생각을 널리 알리고자 매년 선정” 한다는 ‘젊은 조경가’의 취지에 비춰 볼 때도 그의 수상은 수상하다. 발굴되어야 하는 존재도 아니고 널리 알릴 필요도 없는, 이미 한국 조경계의 큰 기둥이기 때문이다. ‘젊음’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수상에 의심쩍은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의외라고 생각했으니까. 오히려 그래서 더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기성 조경가이자 교육자로서 그가 보여준 역량과 가치가 ‘그들만의 리그’를 우려하는 눈초리로 위축되지 않을까 여러 마음이 교차한다. 나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이자 동지다. 나이로 치면 선배겠지만 그를 처음 만난 게 우리 대학에 임용되는 과정 중이었던 터라 그와의 첫 출발 자체가 동료다. 그래서 술자리에서도 쉽게 말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젊은’이라는 곧 사라질 형용사를 제거한 온전한 설계 교육자 김영민에 대해 짧게 얘기하려 한다.
설계 교육과 설계 실무의 중간 영역
설계를 가르치며 설계 프로젝트를 해온 나의 활동 영역을 이렇게 표현해 왔다. 설계 교육과 설계 실무의 중간 영역. 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혹자는 왜 교수가 이 좁은 설계 실무 바닥까지 탐내냐고 질책하기도 한다. 교수의 타이틀로 모두가 어렵게 성취하는 일을 쉽게 가져간다면 당연히 들어도 될 비판이다. 우리는 그러한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조경이라는 실용 학문에서 교수자의 실무적 감각은 미래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특히 설계 교과목을 가르치는 자들은 실무에서 부딪치는 시행착오에 대한 해법과 실무에서 결여된 새로운 비전을 교육적으로 번역해 학생들에게 전달할 의무를 가진다고 믿는다. 그는 그러한 점에서 실무와 교육, 이론과 현실 그 중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설계 교수다. 나는 그와 설계 교육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화려함에 가려져 있던 교육자로서의 그의 참된 모습을 비로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을 대표하는 것이 전진과 성취라면, 그래서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라면, 이제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공유와 분배를 고민할 시점에 곧 설 것이고, 그 비판의 정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무거운 책임의 시대로 들어설 것이다. 그렇게 그는 앞으로 설계 교육의 리더로 또 다른 모습을 당당히 증명하리라 믿는다.
* 환경과조경 429호(2024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건축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 개선사업 설계팀의 디자인 감독을 맡았다.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