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부터 12일(상설 전시는 11월 15일까지)까지, 2023 서울정원박람회가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바람, 풀, 그리고 정원’으로, 개최지인 하늘공원의 억새밭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주제로 전문가·학생·시민이 조성한 정원을 선보이고, 정원산업전과 정원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억새밭 사이로 초청정원, 전문 정원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가정원, 조경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만든 학생정원, 정원을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모아정원, 이벤트 성격의 소규모 정원인 포토가든 등 40개의 정원이 조성됐다. 초청정원은 2022년 서울시 조경상 대상을 수상한 조용준 소장(CA조경기술사사무소)이 만들었다.
올해 작가정원 금상은 ‘자연과의 조우: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이상수 소장(스튜디오201)이 차지했다. 이상수는 “설계만 거의 15년을 해왔지만 직접 시공을 하는 건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분이 도움을 주어 수상을 할 수 있었다”며 사무실 식구들과 홍광호 소장(리스케이프), 차용준 소장(지오가든), 안성연 소장(피오니홈앤가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하늘공원의 대표 가을 행사인 서울억새축제(10월 14일~20일)와 함께 열려 정원박람회를 잘 모르는 일반 방문객도 정원 문화를 가볍게 체험하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주거 형태 절반 이상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녹지, 정원, 풀, 숲 등의 공간은 로망”이라며 “이런 녹지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도심 곳곳에 더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게 시의 사명이다. 서울정원박람회를 서울시의 대표 문화 관광 상품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여가를 선사한 정원박람회의 정원 중 초청정원과 작가정원을 소개한다.
초청정원, 소리의 정원, 조용준
소리의 정원은 억새 군락 속 드러나지 않는 지름 9m의 콘크리트 원판이다. 1.2m 높이로 띄운 원판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쓰레기 산이었던 하늘공원의 자연과 인공의 소리를 담고 있다. 2023년 7, 8월 두 달 동안 채집한 소리를 세 개 주제로 분류해 정리했다. 소리를 탐구하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의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QR코드를 새긴 11개의 반사판을 원판을 따라 배치했다. 원판의 QR코드를 찍거나 앱스토어를 이용하면 ‘소리의 정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조용준이 채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원판 중심에는 하늘공원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만든 25개의 레진 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소리의 정원에 담긴 다양한 하늘공원의 소리는 땅의 과거와 현재를, 인공과 자연을, 정원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 환경과조경 427호(2023년 11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