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설계·시공·관리하면서 마주했던 가장 경이로운 순간은 바로 추운 겨울을 지나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식물들이 발아하는 순간이었다. 그 약동하는 생명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정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자체로 완연한 예술이다. 정원에서 느낀 이 감정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최근 정원과 조경은 아파트의 품격을 높이는 공간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정원의 본질은 생애 주기를 반복하는 생명에 있고, 자그마한 풀에도 생명이 약동한다. 사그라들고 다시 발아하는 식물의 생애를 직관적으로 접하고 정원과 사람이 교감하는 모습을 그려보고자 했다.
정원
계절마다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요소는 풀이다. 풀은 황량한 땅에서 고개를 들고 굉장한 속도로 자라나며 다시 황량한 땅으로 돌아간다. 이런 특징을 활용해 발아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고사리 밭이 펼쳐지게 했다.
수평적으로 펼쳐지는 정원은 다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한눈에 들어오는 정원은 다각도에서 보는 맛이 덜하지만, 어느 방향에서든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정원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 환경과조경 415호(2022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장찬희
시공 가드너씨, 조경시공서화, 아름다운길, 와이엠일렉트로닉스
장찬희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후 오픈니스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설계와 현장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있다. 2021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작가정원과 2022 서울정원박람회 작가정원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