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 스타트업과 면허
대부분의 조경설계 스타트업은 비자발적 창업에 기인한다. 즉 조경설계 면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창업하는 것이다. 면허 없이 개인사업자로 영업하면서 다른 조경설계사무소, 엔지니어링 업체, 건축설계사무소의 하도급(?) 업체로 활동한다. 공공 발주 용역의 경우, 지인 혹은 발주처의 소개로 면허를 빌려 용역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용역의 규모는 대개 2,000만 원 이하의 수의계약 범위에 있으며 대부분은 1,000만 원 내외다. 면허 대여료는 5~15% 정도다. 건축 하도급의 경우, 조경설계비는 건축 용역비의 5% 내외로, 건축의 외주 비율이 35% 내외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건축이 1개의 용역을 진행할 때 조경은 12개의 용역을 진행해야 한다는 산술 계산이 나온다. 그렇기에 조경설계 창업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조경설계 스타트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두 명의 소수 인원으로 시작하며, 연간 매출이 1억 원 내외다. 전체 매출 중 공공 발주 용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면허를 갖추는 게 필수라기보다는 선택에 가깝다.
정상적으로 면허를 갖추기 위해서는 조경기술사를 취득하거나, 엔지니어링사업자(조경)로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 통상적으로 조경기술사를 취득하는 데 보통 2년이라는 준비 시간이 걸리고, 엔지니어링사업자로 신고하는 데는 대표의 특급기술자 경력과 초급이상기술자 2명이 필요하다.
조경기술사의 경우 설계업을 병행하며 자격증을 취득하기에 시간적 어려움이 따르며, 시험이라는 특성상 합격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엔지니어링사업자로 면허를 취득한다.1
또한 최근에는 건설엔지니어링 등록이 공공 발주 용역에 명시되어 있어 위의 두 개 면허를 가지고 있더라도 추가적으로 자격을 취득해야 해 최소 기술 인력 보유수가 5인으로 늘어났고, 사무실과 자본금 5,000만 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어 조경설계 면허 취득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
조경설계업은 시장 규모가 작고 사무소 또한 소규모라, 현재의 제도에서는 면허를 취득하기 어려우며 업체 상당수가 무면허 상태로 설계사무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또한 개발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넘어감에 따라 매출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인구 감소와 업종 기피 현상으로 기술 인력을 갖추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우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무면허 기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지게 된다.
엔지니어링사업자 면허의 현황과 실태
엔지니어링사업자(조경)로 면허를 내기 위한 기술 인력 신고 조건은 대표 전문 분야로 신고 시, 특급 1인과 초급이상 2인, 총 3인의 기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같은 기술 부문(건설)으로 기입된 업체의 경우 전문 분야(조경)로 추가 시에는 고급 1인과 초급이상 2인, 총 3인의 기술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대부분의 조경설계사무소는 전자의 대표 전문 분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럴 경우 특급기술자의 보유 여부가 중요하다. 엔지니어링협회의 특급기술자 자격은 경력 10년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프로젝트 참여 일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근로일수(22일/월)를 기반으로 봤을 때 약 13~14년이 소요된다. 그러나 근무 회사가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등록된 업체가 아니라 기술사사무소나 개인사업자 사무소인 경우, 경력을 60% 정도 밖에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15년이 되어도 엔지니어링 특급 자격을 갖출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경력 관리는 한국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건설기술인협회 2개 단체에서 이루어지는데,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가 어디에서 경력 관리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본인이 특급 기술자인지 여부를 사실상 창업 준비 과정에 들어가게 돼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경설계 스타트업의 대표조차 특급기술자가 아닌 경우가 많으며, 창업 시 특급기술 보유가 불가피해 면허를 취득하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후자인 건설 부문의 전문 분야(조경)로 신고하는 경우, 조경 분야가 없는 지역의 토목 또는 도로 엔지니어링 업체에 조경 분야로 들어가 등록하고 조경 면허를 취득하는 방법이 있다. 서류상 지역 업체의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면서 별도의 개인사업자를 내고 별채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면허가 필요한 용역을 수행할 때 소속 회사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용역을 수행한다.
이러한 방식은 대부분 수의계약이 지역 제한을 두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타 지역의 일을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다는 장점과 지방의 경우 조경설계 업체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수주 성공률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사실 편법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 업체와 불건전한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경설계 스타트업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인과 직원의 4대 보험을 지역 업체가 부담하여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지역 업체의 경우 등록된 조경설계팀 직원은 정식 근로자가 아니기에 임금이 나가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직원이기에 급여 신고를 통해 비자금 확보 및 절세를 할 수 있다. 또한 용역을 하도급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조경설계 업체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발주처가 요청하는 소규모의 애매한 프로젝트를 처리하며 이를 통해 발주처와 관계를 좋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윈윈인 상황이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지역 조경설계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 제한 제도로 인해 계약 업무 처리 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종종 있으며 지역 내 업체가 있더라도 한 사업자가 여러 개의 면허를 소지하거나 업체 간 경쟁이 없어 양질의 성과물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프로젝트 운영 과정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인지하더라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나의 조경설계 업체가 한 지역이 아닌 여러 지역에 동시 등록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 경력 대여 등 면허 등록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한다. 사실상 편법이기에 일을 마친 후 지역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현재의 엔지니어링사업자 제도에 의하면 특급 및 고급 면허만 빌리면 조경설계업을 시작할 수 있다.
조경기술사사사무소 또는 엔지니어링사업자 + @: 계속되는 자격 취득 문제
면허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조경설계사무소의 발주처 다수는 공공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예산의 출처에 따라 별도의 추가 면허가 필요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에서 발주된 예산과 프로젝트 과업명에 따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필요 자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공원 현상공모의 경우, 단독 또는 공동으로 참여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으나, 참가 자격이 “건설 기술 용역업을 갖추며, 조경기술사사무소 또는 엔지니어링활동주체(조경), 기술사(도시계획, 수자원개발, 상하수도, 토질‧지질 분야) 또는 엔지니어링활동주체(도시계획, 수자원개발, 상하수도, 토질‧지질 분야), 건축사,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자격, 방대 관리 대책 대행자”로, “모든 자격을 갖춘 업체”라 명시되어 있다. 사실상 공원 조성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예산이 일부 투입되어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자격이 포함된 경우다.
○○공원 현상공모의 경우, 공원 이름에 ‘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공원 내 시설물은 예술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며, 참가 자격에 산업디자인 전문회사(환경디자인 분야) 면허를 추가한 사례다. 실제 당선 후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경이 산업디자인 전문분야(환경디자인 분야)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면허 등록 절차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등록이 단 이틀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소 씁쓸했다.
○○공원의 경우, 계약 내용 중 건설엔지니어링업(설계 등 용역 일반)에 등록된 업체 규정으로 인해 계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건설엔지니어링에 등록된 전기 업체를 찾아 공동 도급으로 계약한 사례도 있다.
특히 건설엔지니어링업은 최근 많은 용역에서 계약상 문제가 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이 제도로 인해 엔지니어링사업자 및 조경기술사사무소 면허를 소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자격을 취득해야 하며, 기준에도 엔지니어링사업자 및 조경기술사사무소도 가입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사실상 타 부처의 제도와 마찰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데, 실제 업체 입장에서는 두 개의 협회에 가입해 기술 인력 관리를 이중으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며 건설엔지니어링업이 두 개의 면허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건설엔지니어링업 자격만으로는 면허 취득도, 사업도 불가능하다. 큰 범주의 건설 용역에 있어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제도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소규모 회사가 많은 조경 업종에 있어서는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조경설계, 자격과 면허
국가기술자격은 국가기술자격법상의 국가자격과 개별법상의 자격으로 나뉜다. 현재의 기술사 제도는 국가기술자격법상의 자격으로 분류되는데, 전문 인력 개개인이 가져야 할 직무적 능력을 평가하여 등급을 정하고, 자격검증(시험)을 통해 등급 상향이 이뤄지며, 기술사 획득 시에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면허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건설엔지니어링업, 엔지니어링사업자 등은 개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 및 업체를 확보하고자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즉 산업 인력 확보를 위해 마련한 기준이지 개개인의 능력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는 않다.
‘자격’이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 소양 등의 습득 정도가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 또는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그 업을 수행할 수 있는 면허가 주어진다. 조경설계는 사람을 평가해야 하는 분야인지, 아니면 업체가 가진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분야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례로 엔지니어링 기술 건설 부문에는 건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경 분야 또한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경설계의 자격 및 면허는 단순히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조경계가 공감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더 나아가 조경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거시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바른 자격 검증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조경가가 만들어내는 좋은 공간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들은 조경의 가치를 공감하며, 이러한 관심으로부터 조경이 다시 발전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적절한 자격 및 면허 제도를 통해 검증된 조경가를 많이 배출한다면, 소수의 조경가들만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공간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해마다 늘어나는 조경가들은 그 숫자에 비례해서 색다른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자격증, 면허를 넘어 자격제 신설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과 비전을 더 큰 관점에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각주 1. 엔지니어링사업자(조경) 등록 업체 수는 1,157개사(2022년도 엔지니어링 통계편람)며, 조경기술사사무소 등록 수는 2022년 3월 기준, 67개사(한국기술사 홈페이지)다.
이상수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건축학과 조경학을 복수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신화컨설팅과 씨토포스를 거쳐 스튜디오101을 공동으로 창립했으며, 2016년에 스튜디오201을 설립했다. 서남권 국회대로 상부공원 설계공모, 구 진주역 복합문화공원, 목마·신트리 공원 리모델링에 공동 당선되며 조경가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