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가 부풀고 있는 봄의 절정, 5월의 특집 지면을 중국 조경설계사무소 Z+T 스튜디오의 근작들로 엮었다. Z+T를 이끄는 조경가 장둥(Zhang Dong)을 처음 만난 건 2019년 1월이었다.
『빅 아시안 북(The Big Asian Book of Landscape Architecture)』(Jovis, 2021) 출판 기획 워크숍을 위해 베이징에 모인 서울의 오피스박김, 상하이의 Z+T, 상하이‧서울‧선전의 랩디에이치(Lab D+H)(본지 2019년 6월호 특집), 도쿄의 오버랩(Overlap), 싱가포르의 샐러드 드레싱(Salad Dressing), 방콕의 SCHMA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젊은 조경가들은 최근의 혁신적 작업들을 공유했을 뿐 아니라, 식민지 근대화와 파행적 도시화의 유산, 전통에 대한 강박과 피로, 서구에서 수입한 조경 직능의 불안정성과 조경가 간 세대 갈등,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 체제가 낳은 해외 스타 조경가들과의 경쟁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시대 중국 조경에 투런스케이프(Turenscape)의 위쿵젠(Yu Kongjian)만 대입하는 게 고작이었던 나에게 베이징 워크숍에서 목격한 조경가들의 작업은 신선한 충격 그 이상이었다. 특히 랩디에이치와 Z+T 스튜디오의 근작들은 중국 조경에 대한 나의 막연한 선입견을 무너뜨렸다. 지체된 근대화와 광속의 도시화를 겪은 중국의 공공 경관과 상업 공간을 급속도로 채운 건 관 주도 조경과 도시설계의 엉성한 졸작이거나 다국적 대형 설계사무소의 무성의한 복제품뿐일 것이라는 편견을 그 자리에서 바로 버렸다.
중국 조경의 변신은 조경 교육의 변화와 긴밀한 함수 관계를 맺고 있다. 1952년 베이징 임업대에서 시작된 조경 프로그램은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4대 근대화’ 선언과 개방 정책의 여파로 세를 확장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개설 조경학과 수가 60개에 달했으나 주로 전통적인 원림과 농업 기반 정원술 위주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대부분이 폐과되어 베이징 임업대, 난징 임업대, 상하이 농대 세 학교에서만 조경 교육의 명맥이 유지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세기의 전환기를 앞둔 시점에 귀국한 위쿵젠, 왕샹얼웅(Wang Xiangrong), 후제(Hu Jie) 등 1세대 해외파 조경 인력이 베이징대, 칭화대, 상하이 퉁지(Tongji)대 등에 새로운 조경 프로그램을 열면서 다시 전환점을 맞는다.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첫 10년간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와 그에 따른 환경 문제,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개최, 국가유산 보존, 전국생태보안계획 등과 맞물려 조경 교육의 양적 성장과 질적 진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2011년에 이르면 대학과 대학원 조경 프로그램이 70여 개로 늘었고, 2013년에는 약 180개로 폭증한다. 이제 중국에서 전문 직능으로서 조경가의 위상은 그 어느 국가나 문화권보다 높다. 중국 출신 조경 인력은 자국을 넘어 구미권 글로벌 조경설계사무소들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말 이후 중국에서 새로운 조경 교육을 받은 세대의 적지 않은 수는 해외에서 학업과 실무를 경험하거나 중국 내에서 자국 특유의 어바니즘에 기반한 실천적 경험을 쌓아가며 선배 세대의 한계를 넘어섰다. ‘빅 아시안 북’ 워크숍에서 만난 젊은 조경가들은 유학을 통해 체득한 서구식 조경을 그대로 이식하고 국가 주도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급성장한 중국 현대 조경 1세대들과 달리, 동시대 도시성의 회복과 재생, 경관의 재료와 물성, 디자인의 매체와 디테일,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과 미감에 접근하며 디자인 해법을 생산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조경의 아방가르드를 한눈에 조감하고자 한다면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Eight Perspectives on Chinese Landscape Architecture Today)』(Birkäuser, 2020)를 일독할만하다. Z+T 스튜디오, WISTO, 인스팅트 패브리케이션(Instinct Fabrication), 랩디에이치, YIYU, 모상(Moshang), 클로버 네이처 스쿨(Clover Nature School), 푸잉빈(Fu Yingbin) 등 여덟 팀의 다채로운 작업을 접할 수 있다.
베이징 워크숍에서 Z+T의 장둥 소장이 스크린에 투사한 한 장의 사진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 온 뒤 질척거리는 도시 변두리 물웅덩이의 아스라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은 콘크리트로 섬세하게 조각된 친수 공간의 풍경(‘클라우드 파라다이스’, 2017). 랩디에이치의 최영준 소장이 진행한 이번 호 인터뷰에 실은 사진 속 그 장면은, 전통의 무게와 개발 시대의 속도전을 경쾌하게 넘어서고 있는 동시대 중국 조경의 담백한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브라운필드, 대형 공원, 도심 상업 공간, 유치원 정원을 넘나드는 Z+T 특집 지면이 중국 조경의 현재를 가늠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초가을, 광주에서 열릴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IFLA 2022 World Congress)에 참가해 Z+T 스튜디오의 강연에 귀 기울여보시길 권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