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 압축 근대화 시기 대한민국에서 교육 받은 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격언이다. 사실 앎을 통해 무지함에서 벗어나고 미지의 영역을 정복해 나가는 계몽은 근대의 특징 중 하나이며 진보의 토대를 이룬다. 하지만 17세기 초 프랜시스 베이컨이 이 말을 하기 전에도 여러 이가 지식의 확장과 축적을 통해 세상을 통제하려 했다. 『동물지Historia Animalium』에서 수백 종에 이르는 동물과 물고기의 생리와 내외부 기관, 생태 등을 기록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지식 권력을 추구했다. 하지만 『박물지Historia Naturalis』를 통해 곤충부터 우주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를 아우른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Major의 작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환경과조경 404호(2021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1.
『박물지』도 여러 판본이 전해지는데, 라틴어 원전과 영어 번역이 병기된 하버드 로엡 고전 총서(Loeb Classical Library)가 가장 널리 쓰인다(Pliny, H. Rackham, Pliny: Natural History vol 1-10, Harvard University Press, 1938). 국내에는 『플리니우스 박물지』(서경주 역, 노마드, 2021)가 있으나 정원과 관련해 참조할 만한 식물학과 농업, 원예학 부분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각주 2.
플리니우스의 생애에 대해서는 고증이 잘된 만화는 『플리니우스 1-5』(이재화 역, D&C미디어, 2017~2019)이며 원서는 11권까지 출간되었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