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마지막 글이다. 최대한 다양한 이들과 다양한 커뮤니티 디자인 이야기로 연재를 꾸리려 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Iowa State University) 조경학과 줄리스티븐스(Julie Stevens) 교수는 마지막 인터뷰이로 아주 적합하다. 스티븐스는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조금 독특한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고민해왔다. 그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시기에 아이오와 여성 교도소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8년간 학부 스튜디오 주제로 다루어지며 여성이자 수감자라는 특수 취약 계층을 이야기했다. 가장 최근 진행한 여성 교도소 프로젝트는 2018년에 지은 방문자를 위한 정원 프로젝트다. 교도소 외부 공간에 벤치, 플랜터, 미끄럼틀, 정글짐을 놓아 동네에 있는 어린이공원 같은 공간을 마련했다. 수감자들은 순환하는 산책로에서 방문자와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어린 자녀들은 세발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사시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낮은 목재 펜스를 두른 정원은 교도소 안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교도소라는 비일상적 공간에 가장 일상적 공간을 선물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조경학과의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만들기를 좋아해 조경의 길에 접어들었고, 조경학과 학부생일 때 여러 좋은 스승의 학문적 에너지에 매료되어 교직으로 오게 되었다.
대학에서 디자인/빌드 스튜디오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여성 교도소ICIW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ICIW가 대상지에 새로운 건물을 계획할 때였다. 단계별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1단계에 약 6,800만 불(한화 약 800억 원), 2단계에 2,200만 불(약 260억 원)의 예산이 잡혀 있었다. 당시 교소도 디렉터는 넓은 대지에 수감자의 치유를 돕는 외부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 했다. 작은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지방 교도소라 도시 안의 시설과는 다르게 외부공간이 매우 넓다. 디렉터는 이 외부 공간의 잠재성을 높게 보았고, 함께할 이를 찾는 과정에서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내가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이 공간 설계를 맡게 되었다.
아주 초기부터 계획에 관여하게 된 셈인데, 시작은 어떠했나.
2011년도 봄 학기 스튜디오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가 담긴 마스터플랜을 제안했다. 사실 교도소 쪽에서는 우리의 역할을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기도 했다. 한 학기 동안 다양한 구상안을 그려주는 정도 말이다. 교도소 측은 조경이라는 행위를 통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냥 보통 교도소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리가 환경심리학 이론이나 치유 정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교도소 측도 조경의 역할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교도소와 진행한 프로젝트는 2018년에 완공됐다. 8년 동안 네 개의 규모 있는 정원을 조성했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정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제일 처음 만든 정원은 디자인/빌드 스튜디오 초반에 진행한 마스터플랜 수업에서 비롯됐다. 교도소 행정관과 대화하며 어느 공간을 먼저 공사할지 결정했다. 그 과정을 통해 진행하게 된 첫 프로젝트는 야외 교실로, 상담사들이 건물 안이 아닌 바깥에서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교도소 건물에는 대부분 창이 없어 수감자들이 긴 시간 동안 형광등 아래에서 바깥 풍경을 보지 못하고 지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일대일 상담 수업을 진행할 공간과 대규모 강의나 졸업식 같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원형 극장을 조성했다. 학습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공간이 탁 트여 있고 아름다운 식물과 충분한 좌석을 갖추고 있어 수감자들의 마당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가장 많은 휴식 시간을 보낸다.
이듬해 여름에는 교도소 직원을 위한 휴게 공간을 조성했다. 이어진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장애인이 거주하는 간호동에 치유 정원을 만들었다. 급성과 아급성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 다른 한 해에는 교도소의 텃밭 정비에 힘썼다. 건물 확장 공사가 진행되며 많은 텃밭이 철거되거나 훼손된 상태였다. 이를 재정비하면서 동시에 면적을 더 확보했다. 공사로 굳어진 토양을 회복시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2018년에 지은 방문자를 위한 정원은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다. 어린이 정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감자를 방문하는 가족이나 자녀와의 연대를 키워주고자 마련한 공간으로, 방문자를 위한 정원에서만큼은 수감자가 아닌 엄마나 언니, 이모, 할머니, 친구라는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랐다.
* 환경과조경 403호(2021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줄리 스티븐스(Julie Stevens)는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조경학과 부교수로, 디자인/빌드 커뮤니티 서비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8년간 학생들과 함께 아이오와 여성 교도소에 조성한 다양한 치유 공간은 미국조경가협회(ASLA) 사회봉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스티븐스는 ASLA의 ‘환경 정의를 위한 전문가 네트워크(Environmental Justice Professional Practice Network)’의 창립자로, 모든 이가 평등하게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정의의 이슈를 조경 교육, 연구, 실무 분야에 접목하고 있다. 환경 정의란 세대 간, 국가 간, 계층 간 환경 배분의 형평성을 실현하자는 개념이다. 자연환경은 공익성이 강하므로 환경에서 오는 다양한 이익을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리게 하고 환경 파괴를 줄여건강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취지다.
조성빈은 유년 시절을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보냈고, 공간과 도시에 매료되어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 늘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와 깊이는 부족해도 본질에 관심이 많고, 관계에서든 공간에서든 진정성을 추구한다. 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작업소 울에서 놀이터와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고 있다.
김연금은 서울 옥수동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2009년부터 옥수동 옆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 『텍스트로 만나는 조경』, 『커뮤니티디자인을 하다』, 『소통으로 장소만들기』, 『우연한 풍경은 없다』 등 다양한 집필 작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규목 교수를 비롯해 여덟 명의 조경가의 글을 엮어 『이어 쓰는 조경학개론』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