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었다. 3주 넘도록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추가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더는 무의미해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엄습하는 불안감에 수시로 확진자 수를 헤아리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아마도 생전 처음 겪는 일에 반쯤 패닉 상태였던 듯하다. 불안도 계속되면 익숙해지는지 지금은 그 수가 몇 백이 되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올봄의 경험이 떠오른다. 나는 사무실을 떠나 선정릉에 있는 합사에 파견을 나가 있었다. 설계사무소에서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합사 파견 자체는 그다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일 년에 한두 번은 합사에서 일을 했다. 사실 설계사무소 직원 대부분은 합사 파견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 싫어한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짧은 시일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에 야근도 많고 주말 출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 반면 내게 합사는 별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장소만 바뀔 뿐 일하는 것은 어디서든 매한가지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난봄은 달랐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김진환은 올해로 7년차가 된 설계 노동자다. 서울대학교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라이브스케이프와 CA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그룹한 어소시에이트에서 실무 경력을 쌓고 있다. 조경 외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곁눈질하며 서로 상충하는 것들의 이접을 통한 창발적 생성에 주목한다. 다양한 매체에 호기심이 많으며 특히 인쇄된 활자 묶음에 관심이 많다. 틈만 나면 책을 사 모으지만 정작 읽은 책은 얼마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