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공간들
미세 먼지가 서울을 덮친 2019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마시던 공기의 소중함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함께하는 2020년,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공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삼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불안에 떨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꽤 자연스럽게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좀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슈퍼 대신 새벽 배송을, 식당 대신 배달 앱을, 백화점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다. 그 결과 도시의 밀도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사람들을 피해 걸어야 했던 주요 도심지는 허무할 정도로 한산하고, 빼곡하던 상점들도 하나둘 비워져 임대 현수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뉴스에서 매일 이야기하는 비대면 기술과 서비스만이 우리의 미래일까? 비대면 서비스가 지금의 시급한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순 있겠지만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장기적인 시선으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고 더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비대면이라는 현상에 몰입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의 방향성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홍주석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문화기술학을 공부했다. 개성 있는 도시 콘텐츠가 자생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자 어반플레이를 설립했다. ‘아는 동네’ 미디어와 ‘연희 걷다’ 등을 통해 동네 콘텐츠 발굴 및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연남동과 연희동을 기반으로 연남방앗간, 연남장, 연희회관, 연희대공원, 기록상점 등 여러 실험적인 공간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큐레이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컨설턴트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