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반려동물은 인간의 생활 반경 안으로 한층 깊숙이 들어왔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약 591만 가구다. 한 가구를 2~3명으로 추산해도 1,500만 명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과 법안이 발전하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났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적인 공간에 반려 동물을 동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인식의 간극 또한 크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친구이자 가족, 혹은 그 이상으로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존재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 공간은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지난 9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를 위한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미술관의 확장성을 실험하는 전시다. 미술관이라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공간에서도 반려동물이 가족이자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나아가 미술관이 비인간을 얼마만큼 고려할 수 있을지 묻는다. 미술관에 개를 동반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개들을 위한 전시 공간과 작품을 마련했다. 예술가 외에도 수의사, 법학자, 조경가, 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가에게 자문하거나 이들을 전시에 직접 참여시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 마당에 반려견 장애물 경주에서 영감을 얻은 조형물이 놓이고, 적록 색맹인 개의 특성을 고려한 작품이 전시되는 등 이색적인 경관이 연출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90호(2020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