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공원학개론’을 기획하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과 함께 월드컵공원에 모였던 날이 떠오른다. 지난 3년간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공원학개론을 돌아보며 2019년의 행사를 엮을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만장일치로 공원 아카이브archive가 선정됐다.
서울의 도시공원은 지난 120여 년간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도시민들은 공원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문화를 즐기게 됐다. 공원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으며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가 되었지만, 여전히 공원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프라스트럭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중심에는 도시공원을 ‘이야깃거리’ 즉 문화 콘텐츠로 보지 않는, 공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도시공원을 생성하고 운영해 나가면서 만든 수많은 자료―사진, 이미지, 공문서, 구술 채록 등―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 이런 1차 자료가 남아있다면, 공원의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가공된 새로운 콘텐츠는 동시대 공원을 사용하는 도시민들의 경험과 기억에 담겨 또 다른 공원 문화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공원 문화 콘텐츠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원과 관련된 콘텐츠를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절실함으로 ‘2019 공원학개론’이 기획됐다. 부제는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조경 분야에서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획을 하면서 인접 분야를 살펴보니 아카이브는 이미 ‘핫’한 이슈였다. 건축, 예술, 디자인 분야에서 아카이빙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미국,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공원, 경관, 건축 등에 대한 아카이브가 오래전부터 구축되어 왔다. 기록화 작업을 하고 분류 체계를 조직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라는 전문 직종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매우 적절한 시기에 공원 아카이브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3호(2020년 3월호) 수록본 일부
최혜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이컴(AECOM, 전 EDAW)과 West8에서 설계 실무를 했으며, 2017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에서 조경학 전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용산공원과 리질리언스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