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0년간 한국 사회는 격동의 장이었다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일제 식민지기부터 한국전쟁, 격변의 1970~1980년대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은 결코 우리 사회의 움직임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는 한국 근현대 미술통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살펴보는 전시로, 광장이라는 은유를 통해 미술이 사회 전면에서, 혹은 이면에서 소통의 장으로 꾸준히 존재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덕수궁에 재현된 근대 대한민국의 상흔
전시는 시대별로 1, 2, 3부로 나뉘어 각각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에서 진행된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1부는 1900년부터 1950년, 즉 20세기 전반부의 작품을 다루고 있으며 크게 사회적 변이의 기록과 그에 대한 미적 대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1전시실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채용신의 ‘전우 초상’(1920)은 낙향한 우국지사의 초상을 빌려 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서글프지만 강직한 사회를 드러낸다. 제2전시실에는 분위기를 전환하여 조선의 개혁파들이 예술을 통해 계몽을 실천하고자 했던 다양한 기록을 담았다. 우리가 이 지점에서 목도하는 것은 예술에 교육이 접목되어 각종 매체를 통해 다양화되는 현상이다. 예술적 사회 개혁의 씨앗은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추진력을 업고 판화, 연극, 영화 등 대중 예술로 분화하기도 한다.
결국 1부 전시는 20세기 초중반 강제적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사회의 변화와 삶의 전환을 머금은 예술적 태동이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전시 후반 주목할 부분은 한국전쟁 이후 월북하여 한국 미술사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는 이쾌대의 작품, 국내보다 외국에서 알려졌던 김환기의 작품 등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근대 회화 중 하나로 주목받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김환기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한국 근대 예술과 근대 사회의 맥락의 작동이 가시화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82호(2020년 2월호) 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서울대학교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근현대 조경을 연구하며 이와 관련된 번역과 집필 활동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