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어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외피가 떨어져 나간 건물, 녹슨 철문과 낙서로 가득한 벽,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노점상 앞을 활보하는 사람들. 셰이크 은디아예(Cheikh Ndiaye)가 붓으로 포착한 세네갈의 풍경은 이방인들이 막연하게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도시와 건물을 사회적 기록으로 간주해 그 속에 담긴 사람과 문화를 예술로 기록,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세네갈 출신 작가 셰이크 은디아예의 개인전 ‘아카이브 오브 더 선(Archives of the Sun)’이 성북동 갤러리 제이슨함(Jason Haam)에서 지난 1월 28일까지 열렸다. 함윤철 대표(제이슨함)는 2018년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 그룹전을 통해 그의 작품을 만나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작가가 제안한 전시 제목은 세네갈의 일간지인 「르 소레유(Le Soleil)」(영어로 The Sun)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프랑스로부터의 독립 후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급격한 변화를 맞은 세네갈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네갈은 19세기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 1960년에 독립했다. 독립 직후의 다카르Dakar(세네갈의 수도)에서 태어난 은디아예는 불안한 사회·정치적 기류와 급속한 현대화의 여파를 몸소 경험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960~1970년대는 다카르에 다양한 근현대식 건물과 공공 공간이 들어섰던 시기였다. 하지만 경제 악화와 정부 결정으로 인해 영화관이나 공원 등의 공간이 폐쇄되거나 본래 목적과 다른 개인 사업 용도로 전환됐다. 오늘날의 다카르에는 이 같은 독립 직후 세네갈의 열정, 이후 찾아온 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은디아예는 그중 오래된 건물에 주목하는데, 건물의 낡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그 공간의 옛 쓰임과 오늘날의 새로운 쓰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중략)...
* 환경과조경 382호(2020년 2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