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이들에게서 새해 메시지가 날아듭니다. 뭔가 목표를 세우고 실천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틀에 박힌 의무감이 고개를 듭니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의 일상은 언제나 새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새해맞이만큼은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사회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숨 가빴던 21세기의 첫 10년이 막을 내렸기 때문일까요. SF 영화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2020년대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일까요. 불과 2년 뒤 2022년이 오면『 환경과조경』은 창간 40주년을 맞습니다. 한국의 제도권 조경은 쉰 살이 됩니다.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한다.” 새 노트를 펼쳐 진하게 눌러쓴 2020년의 편집 좌표입니다. 한국 조경의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기획하는 지면,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며 정성껏, 꼼꼼히 만들어가겠습니다.
2020년대의 문을 여는 이번 1월호는 ‘제2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인 박경탁 소장(동심원) 특집호이기도 합니다. “생각하는 일과 만드는 일은 분리될 수 없다”는 작업 철학을 바탕으로 경관 제작 방식의 확장을 실험해온 그의 다각적 면모를 에세이, 작품,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의 지면에 담았습니다.
조경사 연구자 황주영 박사가 이어갈 새 연재 꼭지 ‘북 스케이프’의 막을 올립니다. 활자보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이미지 언어에 더 익숙한 시대라 하더라도, 여전히 독서는 낯선 무언가를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정원과 공원, 도시를 읽는 작업에 주력해온 황주영 박사는, 넓지는 않지만 깊고 촘촘한 ‘북 스케이프’ 지면을 통해 도시와 경관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때로는 도시와 경관을 책처럼 독해하고 또 때로는 그런 책을 수집하는 여정을 담아낼 것입니다.
이번 호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연재는 나성진 소장(얼라이브어스)의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입니다. 이 연재에서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을 호출하는 것은 이제야 비로소 코딩과 네트워크 기반의 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저변이 구축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컴퓨테이션 덕후 나성진 소장은, 1년간 이어질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지면을 통해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오픈 소스 알고리즘 적용 등을 기반으로 진화해온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의 주요 프로그램과 상호 연계 네트워크를 폭넓게 다룰 예정입니다.
도시공간 연구자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인 서준원 소장(공간잇기)은 오는 3월호부터 ‘공간잇기’ 지면을 엽니다. “공간은 시간으로 인해 생명력을 갖고, 사람들로 인해 이야기와 추억을 머금고 이어져간다.” 계동, 용산, 철원 등 여러 동네와 마을의 공간과 삶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해온 서준원 소장의 신념입니다. 이번 연재 꼭지에서 그는 빠르게 사라져가는 도시 공간과 삶의 흔적을 재발견하고 그것이 경관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작업해온 그간의 과정을 펼쳐낼 것입니다. 참, 그의 전시회 ‘스토리스케이프(Storyscape)’가 지금 우란문화재단의 ‘우란1경’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동시대 소시민들의 삶과 그들이 만든 도시 풍경의 기억을 소환한 연구형 전시, 1월 11일까지입니다.
리뉴얼 2기 편집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12월호로 마무리됐습니다. 2017년 1월호부터 3년간『 환경과조경』의 혁신을 위해 애써주신 강연주, 민성훈, 박승진, 이호영, 정귀원, 최이규 편집위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 편집 방향을 함께 고민할 3기 편집위원은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박승진 소장(디자인 스튜디오 loci), 박희성 교수(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오현주 소장(안마당더랩), 최영준 소장(Lab D+H), 최혜영 교수(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입니다.『 환경과조경』의 새 ‘절친’이 된 편집위원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이렇게 2020년대의 문을 엽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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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세
2020-01-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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