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기가 조금 조심스럽다. 모든 설계 도면이 내가 봐 온 설계 도면과 같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접했던 몇몇 도면을 떠올려 보았다. 무엇보다 현장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 좁은 공간에 커다란 수목, 넓은 공간에 작은 크기의 수목이 자리한 도면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도면상의 지형 레벨과 실제 현장의 레벨이 다르면 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 게다가 레벨을 상세히 나누지 않고 간략하게 표시한 경우도 많다. 도면과 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시공자의 일이지만, 이런 경우 불가피하게 설계 변경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장을 조금만 더 고려해 설계를 해 준다면 도면 그대로의 공간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정현 광양시
조경 시공자는 새벽 밥 먹고 별을 벗 삼아 출근하고, 온종일 땡볕에서 일하다 달을 벗 삼아 퇴근합니다. 시공자에게 가장 힘든 일은 설계 변경입니다. 설계자는 시공자만큼 현장 실정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설계 내역서에서 토공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TBM과 CP점이 맞아서 광파 측량 후 레벨을 측정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야간에 사무실에 남아 토공 물량과 변경 내역을 작업해야 했던 점이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안기수 공간시공에이원 대표
설계안에 부합하는 시공을 지향하는 시공자로서 설계자에게 전하는 부탁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설계자가 설계한 공간에 대해 시공 전, 중, 후에 한 번씩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의도한 콘셉트가 잘 구현되고 있는지 그때그때 확인하면 시공사와 좀 더 원활하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설계도서를 보면 대부분 개념은 있지만 디테일이 없다. 이 수목을 왜 여기에 심어야 하며, 이 장식벽은 왜 여기 설치되어야 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설계 개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곁들여진 디테일한 실시설계 도면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셋째, 식재 패턴과 시설물 배치가 대상지에 잘 어울리지 않아 시공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세심한 현황 분석을 토대로 한 설계안이 주어지면 좀 더 원만한 시공이 이루어질 것이다.
박창호 현대건설
설계자가 공간에 담고자 하는 의미를 단순히 시설물로만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설계 콘셉트가 시설물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에서도 드러나면 어떨까. 공간과 시설물이 하나의 콘셉트로
어우러지면 더 좋은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고, 시공자들도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임세진 디자인파크개발
곡선 말고 직선으로 부탁드립니다.
박창현
우수하다고 소문난 조경 공간을 답사하다 보면 작은 앉음벽부터 공간 전체의 분위기까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이 조성된 과정과 공간을 만든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협력과 부딪힘이 있었을까. 이 지난한 과정은 그 순간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결국 좋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번 ‘이달의 질문’이 설계자와 시공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설계와 시공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장으로 역할하길 바란다.
성문현 현대건설
설계자가 그린 점, 선, 면의 조합인 도면은 현장에서 실제 공간으로 구현됩니다. 설계 내용과 현장 여건이 일치하지 않아 설계가 변경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감리자나 발주처의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선 하나, 점 하나에도 분석 내용, 경제성, 디자인 철학이 담긴 타당성 있는 설계를 해주길 바랍니다.
서동욱 계룡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