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삐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자연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골목길 한편에 옹기종기 놓인 화분이나 콘크리트 틈에서 핀 꽃 한 송이에도 우리는 위로를 받곤 한다. 그래서일까 작게나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확산하는 매개체로 곧잘 이용된다. 다가올 10월, 이러한 정원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2019 서울정원박람회’가 서울로7017과 해방촌 일대에서 개최된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매년 정원 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왔다. 5년 차를 맞이한 서울정원박람회는 한 가지 변화를 꾀했다. 노후 공원을 재단장해 시민들을 불러 모으는 대신 오래된 도시, 즉 시민들의 삶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도시재생형 박람회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서울로7017과 백범광장 일대를 정원 문화를 확산하는 공간으로 꾸리고, 용산구 해방촌 곳곳에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동네 정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만리동광장에서는 다채로운 정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정원 산업의 최신 정보와 트렌드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정원산업전이 진행되며 음악회, 버스킹 공연 등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문화 행사도 열린다. 백범광장에서는 여러 자치구가 정원 작가와 협업해 만든 자치구정원을 만나볼 수 있으며, 목공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방촌에는 작가와 학생, 지역 주민이 계획한 16개의 동네정원이 조성된다. 곳곳에 조성된 작은 정원이 도시재생의 씨앗이 되어 지역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동네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할 것이다. 지난 서울정원박람회가 ‘면’적이었다면 2019 서울정원박람회는 ‘점’에서 시작해 ‘선’을 그려나간다. 만리동 광장에서 출발해 서울로7017, 백범광장을 거쳐 해방촌까지 이어지는 가든로드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노후 도시에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콘크리트가 가득한 해방촌 일대에 조성되는 작은 정원들이 공원 녹지 소외 지역을 초록으로 물들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