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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맥하그의 유산
  • 환경과조경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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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은 현대 조경사의 분수령이다. 분야의 혁신과 영역의 확장을 이끈 새로운 조경 전도사 이안 맥하그Ian L. McHarg(1920~2011)가 디자인 위드 네이처(Design with Nature)를 출간한 1969년을 기점으로 조경 이론과 실천은 변화의 함수를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출간 50주년을 맞은 2019, 미국 조경학계는 디자인 위드 네이처를 재조명하고 맥하그가 현대 조경에 남긴 유산을 재평가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책의 산실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맥하그 센터(The McHarg Center)가 설립되어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전시회를 기획했다. 지난 6월에는 대규모 컨퍼런스가 열렸고, 오는 10월에는 그의 거대한 그늘 속에서 성장과 탈주를 거듭해 온 이론가와 조경가들이 모여 함께 집필한 책, 디자인 위드 네이처 나우(Design with Nature Now)가 우리 앞에 놓일 예정이다.


학과 도서실 책장 한구석에서 디자인 위드 네이처초판본을 꺼내 다시 펼쳐본다. 50년이 흐른 지금, 이 책이 제시한 철학과 방법론은 이제 선택지가 아닌 당위이고 변수가 아닌 상수다. 자연환경의 여러 요소와 시스템을 면밀히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를 중첩해 적지를 찾아내는 방법은 오늘날의 계획에서는 당연한 절차지만 1960년대에는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자연과 싸워 자연을 이겨내는 역사를 일구어 온 인간이 비로소 그 결과에 대해 반성하고 미래의 어두운 그림자를 알아채기 시작한 1960년대 말, 맥하그의 생태 계획은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과 새로운 인식을 낳은 시대정신과 맥과 결을 같이 하는,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발상이었던 셈이다.


맥하그를 기점으로 조경은 변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 동력은 생태학이라는 이름의 과학이었다. 맥하그는 생태학의 힘을 빌려 조경과 조경 교육을 과학화했다. 뿐만 아니라 조경이 단지 왕후장상이나 자본가의 정원 뒤치다꺼리를 넘어 환경 문제의 해소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조경 전문업의 영토를 확장하고 조경만의 전문 기술로 광역 계획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모더니즘 시대에 정체된 조경의 탈출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맥하그식 생태 계획은 조경에서 포스트모던한 사고의 등장을 알리는 징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맥하그의 접근 방법이 환경결정론, 즉 또 다른 형태의 인간-자연 이원론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이미 그의 전성기에도 팽배했다. 도구주의적 자연관을 극복하고자 한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인간 문화의 역동적 접점을 소홀히 여겼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맥하그의 유산은 조경의 과학-예술 이분법을 심화시킨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폭넓은 생태학의 가능성을 경직된 과학 일변도로 몰아감으로써 생태학에 담긴 상상력이나 창조성과 같은 측면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조경의 과학화는 디자인의 침체를 낳았고, 조사, 분석, 설계의 일방향 프로세스는 형태의 디자인과 결코 교점을 갖기 어려웠다.

 

디자인 위드 네이처는 조경의 지향과 방법론을 바꾼 이론이자 동시에 사회적 영향력을 탑재한 실천이었다. 맥하그의 유산은 오늘의 토론을 초대한다. 현대 조경을 화장술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킨 진보의 토양인가, 현대 조경의 진행 방향을 뒤흔든 이단인가. 평가는 엇갈리지만, 적어도 디자인 위드 네이처가 현대 조경 이론사의 서막을 열었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의 시스템을 경관으로 매개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의 배경에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적(resilient) 설계의 이면에도 맥하그가 자리하고 있다.

 

‘1969년 이후의 조경이론이라는 제목으로 10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대학원 세미나에서 한 박사과정 학생이 제출한 글의 마지막 문단을 옮긴다. “변화하는 동시대 조경에 맥하그는 언제나 새로운 문제를 던진다. 우리에게 맥하그는 거대한 그림자다. 숲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아닌, 한 발짝씩 앞서 걸어가는 족적처럼 안심을 주는 그림자다. 강렬한 햇빛에 반사되어 쳐다보기도 힘든 정오의 땅 위에, 옅은 그림자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하지 않는가. 한 발자국 걸어 나갈 방향을 잡아준다는 점에서 맥하그의 생태적 조경관은 오래된 이정표와 같다. 이 이정표의 올바른 사용법은 우리가 계속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신명진).

 

이번 호에는 뢰번 가톨릭 대학, 런던 대학, 글레스고 대학, 텍사스 대학 등 최근의 캠퍼스 프로젝트를 모아 싣는다. 대학 캠퍼스와 도시 공간의 함수 관계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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