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을 맞는 이달의 특집은 ‘2019 대한민국 조경설계사무소 리포트’다. 기획 의도는 단순 명료하다. 지금 이 땅에서 조경설계 일을 하고 있는 사무소들의 현황 데이터를 모아보자는 것. 남기준 편집장이 꽤 오래전부터 다듬어 온 구상의 일부다. 특집에 참여한 88개 사무소로부터 모은 설계사무소 이름, 대표자 이름, 설립 연도, 구성원 수, 사무소의 지향과 특성을 표현하는 한 줄의 문구, 설계 비전과 운영 철학, 주요 설계 영역과 유형, 대표 작업, 지난해 수행한 프로젝트 수 등을 있는 그대로 싣기로 했다. 이번 특집이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모든 정보를 포괄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도권 조경의 현재를 드러내는 생생한 단면도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집을 준비하며 마주한 가장 큰 난맥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경설계사무소’의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조경설계사무소는 법적 정의나 제도적 지위를 가진 용어가 아니다. 기술사사무소, 엔지니어링 활동 주체, 일반 사업자 등 다양한 형식의 법인이나 개인이 조경설계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편집진은 조경설계사무소의 기준을 엄밀하게 규정하기보다는 스스로 조경설계사무소라고 판단하는 모든 회사를 이번 특집의 범위에 넣기로 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조경설계사무소는 모두 몇 개일까. 정확하게 집계할 방법이 없었다. 김모아, 윤정훈 기자가 ‘무작정’ 긁어모은 여러 자료를 끼워 맞추면 대략 200개 내외로 추계할 수 있었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환경과조경 홈페이지와 몇몇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기획을 알려 이메일로 답을 받았고, 관련 협회와 단체들의 협조를 받아 이메일 홍보를 병행했다. 그 결과로 특집에 동승한 사무소가 아쉬우나마 88개. 대략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데이터를 모았다고 편집진은 판단하고 있다.
본문에는 별도의 분석이나 해설을 싣지 않기로 했다. 가나다순으로 수록한 각 설계사무소의 정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현주소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특집 본문에 숫자로 표현된 몇 가지 간명한 사실을 짚어보기로 한다(88개 회사 중 조경설계 외에 도시계획과 토목을 병행하는 종합엔지니어링 업체 3개의 데이터는 분석에서 제외).
한국 조경설계사무소의 평균 구성원 수는 8.25명이다. 5인 이하 업체가 30개고, 6인에서 10인 사이가 35개 업체로 제일 많다(약 41%). 11명에서 20명 사이는 15개, 21명에서 30명 사이는 4개다. 31인 이상 업체는 단 하나로, 직원 수 50명인 그룹한 어소시에이트다. 설립 연도의 평균은 2008년이다. 2010년 이후에 탄생한 사무소가 41개로 제일 많다(약 48%). 그다음으로 사무소 개업이 많았던 때는 2000년대로, 31개 설계사무소가 이 시기에 닻을 올렸다. 1990년대는 11개, 1980년대는 2개다. 조경설계서안이 1987년 1월에, 신화컨설팅이 1989년 12월에 설립됐다. 지난해에 수행한 프로젝트 수의 평균은 약 27개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에 문을 연 조경설계사무소가 많고, 열 명 남짓한 인원이 한해에 서른 개 정도의 설계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설계 프로젝트 유형은 전통적인 공공 발주의 공원·녹지와 도시 공공 공간, 민간 건설사의 공동 주택 조경 등이 여전히 다수지만, 최근에는 민간의 정원과 상업 공간이 늘어나고 있고 도시재생, 전시, 문화 기획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거친 진단도 가능할 것 같다. 설계사무소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나 사연을 짐작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미 예전의 이 지면에서 살펴본 기억이 난다(“이름 짓기”, 『환경과조경』 2016년 11월호 에디토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