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는 납작한 캔버스에 3차원의 공간을 재현한다. 어떤 예술가는 세밀한 묘사에 공을 들여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풍경을 담고, 또 누군가는 공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입체적 공간을 2차원의 화폭에 옮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석판, 아크릴, 폴라로이드 필름, 포토 카피, 팩스 등 60여 년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그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의 예술가’라고 평가받는다.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을 비롯해 영국문화원, 영국 왕립예술아카데미, 영국 솔츠밀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대여한 호크니의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13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곱 개의 소주제에 따라 구성된 전시를 따라 호크니의 작품 세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브래드퍼드 예술학교를 다니며 호크니는 추상과 재현적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을 시도했다. 당시 추상표현주의가 유행하던 미술계에 호응하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로 거처를 옮긴 호크니는 강렬한 태양과 그 아래 펼쳐지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에 사로잡혀, 그 풍경을 묘사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리쬐는 햇볕을 표현하기 위해 광택이 풍부하고 얇게 발리는 아크릴 물감을 선택한 그는 낮은 건물과 유리창, 수목 등의 배경을 단순하고 차분한 톤으로 그려냈다. 인스타그램을 연상시키는 정사각형 프레임과 널찍한 여백은 관람자가 작품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드는 동시에 화면을 평면적으로 느끼게 한다. 호크니는 그 정적인 풍경 가운데 물을 상세하고 집요하게 묘사함으로써 우연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더 큰 첨벙’과 ‘잔디밭의 스프링클러’ 등에서 선과 점으로 표현된 공중으로 흩뿌려지는 물방울들은 다이빙, 스프링클러 작동 직후의 찰나를 포착한 듯한 느낌을 준다. 나른하고 고요한 풍경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는 관객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순간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5호(2019년 7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