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을 밀어내기 위해, 어색한 사람과의 대화에서 침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는 여유로운 주말을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 우리는 커피를 마신다. 19세기 후반 한국에 도입되어 약 100여 년간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든 커피는 기호 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연 우리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문화역서울 284(이하 문화역서울)에서 2018년 12월 21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열리는 ‘커피사회’는 근현대생활 문화에 녹아든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하고, 우리 사회의 커피 문화를 되돌아보는 전시다. 특히 전시장의 원형인 구 서울역사가 근현대의 상징적 공간이자 커피 문화가 시작된 공적 장소(그릴, 1· 2등 대합실 티룸)라는 점이 이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커피사회는 문화역서울 건물 전역을 활용한다. 중앙홀, 대합실, 과거 귀빈을 모시던 방뿐만 아니라 방과 방을 잇는 통로의 벽면, 중앙홀과 대합실 사이의 거대한 복도까지 커피와 관련된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전시대가 되었다. 곳곳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는 입구에서 나눠 준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마실 수 있어, 커피의 풍미를 느끼며 전시 내용을 곱씹을 수 있다.
커피의 역사
1층 중앙홀에 들어서면 시선을 압도하는 설치물이 관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5단 케이크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하게 하는 박길종의 ‘커피, 케이크, 트리’다. 원형 전시대 위에는 오래된 원두 그라인더부터 에스프레소 전용 잔, 다양한 커피 제품의 패키지, 보온병 등 커피와 관련된 온갖 물건이 놓여 있는데, 그 개수와 물건이 풍기는 예스러움만으로도 커피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문화역서울 2층은 경성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 ‘그릴’이 있던 자리다. 정치, 문화·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자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곳에서는 근대를 주제로 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근대의 맛’이 진행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