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사고가 부족한 디자인은 설득력이 없다
설계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생각이다. 나의 일을 거창한 개념으로 포장해서 전문적 사고가 부족한 결과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설계의 기본은 기술 교육에서 시작하고, 설계에 기술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가 효과적으로 조합될 때 추구하는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 나는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재산이라고 여긴다. 형태를 디자인하기보다 공간의 감성을 만들고자 한다.
도면의 끝과 현장의 시작에는 경계가 없다. 조경가의 의도와 클라이언트의 요구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하다. 설계사무소를 시작하기 전과 지금, 나의 조경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경우는 공장처럼 설계를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이상적인 설계를 하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찾는 일은 예전과 다름없이 어렵다. 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조경, 가능한 일일까? 3년간 우리 사무소가 수주한 프로젝트 수가 70개를 넘어서고 있다. 신생 사무소의 젊은 소장은 프로젝트를 선별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이상을 바라보며 작품성만 지향할 수는 없다. 설계사무소의 소장은 조경가이기 전에 사업가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께하는 이들의 가정도 생각해야 한다. 사무실을 성장시켜야 하고, 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 프로젝트 수주량만 늘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수준 있는 결과물도 만들어내야 한다. 사업 속도, 인력 구성, 기술적 사고가 반영된 안정적 결과물의 생산, 영업 능력, 안정적 재무 구조 등 현실의 조경설계사무소는 작품성 외에 신경을 쓸 부분이 많다.
설계사무소를 하는 것은 당연히 설계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성이 있다, 없다를 논하기보다 우선 사무소에서 생산한 결과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해외 설계 시장의 여건만 부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경의 제도적 문제에 아직 대응할 여력은 없지만, 우리 사무소의 노력이 어떤 방향이든 조금이라도 조경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호윤은 청주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아텍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그룹에서 영업, 설계, 공사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성격의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5년에 조경설계 호원을 설립했으며 진정성 있는 설계를 통해 이상 조경과 현실 조경의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http://howondesi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