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시간들’은 1980년에 지어진 후 재건축을 위해 2018년 철거와 이주가 진행된 둔촌주공아파트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목이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143개 동 5,93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를 다룬 영화지만 제목은 ‘아파트’가 아니고 ‘집’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집단의 기억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로서 삶과 집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다.
첫 장면, 어느 집의 거실이다. “집은 우리에게 가족이다. 이사를 자주 했더라면 돈을 더 벌었겠지만, 한집에 오래 살면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컸다는 것에 만족한다.” 인터뷰가 흐르는 동안 거실 전경을 오래 비추던 카메라가 집안의 구석구석에 멈춘다. 색이 서로 다른 무거운 소파, 액자, 벽시계, 가족사진, 전화기, 신발장, 하회탈, 약이 놓여 있는 선반 등 집 안의 사물들을 사진첩 넘기듯 천천히 보여준다.
차례로 여러 집이 소개되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은 형식으로 들려준다. 인터뷰이의 얼굴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은 보여주지 않는다. 정보가 차단되니 말 하는 사람이 묘사하는 공간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집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주인을 보여주진 않지만 침대 바로 옆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베란다에 화분이 얼마나 있는지,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보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물들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이제 새해에 지킬 세 가지 다짐 같은 건 안 해야겠다. 2018년 첫날 결심한 자기 전 핸드폰 안 보기, 운동하기, 일기 쓰기 중 단 한 가지도 안 지켰다.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안 지켰다. 2019년 새해엔 이 중 한 가지를 시작이라도 해봐야겠다. 어떤 게 제일 쉬울지는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