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를 마치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지어지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HLD는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대전 K 주택, 기아 비트 360 가든, YISS, CJ 해슬리 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외부 공간, 한강의 옛 기억을 담은 미술관, 홍대복합역사 애경숲길, 리버파빌리온-온더리버 플로팅가든 등 7개의 프로젝트를 완공했고, 현재 두 개 프로젝트가 조만간 착공될 예정이다. 행운이기도 하지만, 지어진 프로젝트를 이렇게 글에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만으로 통증을 느낄 만큼 우리의 실시 설계(+설계자 감리)는 늘 험난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연재의 마지막 회인 이번 글에서는 포장, 정지, 시설물, 설치 네 장으로 나누어 HLD 설계의 마지막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포장(paving)
부산항(북항)재개발 사업 블록 중 하나인 ‘SIB(Stay-in-Blue)프로젝트’에서는 콘셉트의 유려한 곡선이 나누는 단계적 패턴을 표현하기 위해 200 × 800mm의 포장 모듈을 바탕에 깔고 30mm의 띠를 활용했다. 콘셉트를 가장 잘 구현할 포장 모듈의 규격을 효과적으로 스터디하고, 색상 혼합을 테스트하기 위해 그래스호퍼1를 이용했다. 파라메트릭 알고리즘 없이도 스터디할 수 있는 정도의 패턴이긴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늘 다투다 보니 이렇게 컴퓨터의 힘을 빌려 빠르게 시각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툴이 몇 개 있으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규칙 안에 무작위성(randomness)을 삽입하고 싶을 때도 유용하다. SIB 프로젝트에서는 총 3가지 톤의 색상을 사용했는데(포천석, 고흥석, 마천석 계열의 석재), 존마다 이 3색의 비율을 달리해 명암을 총 4단계로 구분했다. 각 존에는 색상의 비율만 지정되어 있고 개별 모듈의 배열은 무작위다.
비슷한 방식의 포장 패턴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중국 센젠의 ‘차이나 머천트 사이노트랜스 로지스틱스 센터’가 있다. 공간별로 명암(색상의 혼합 정도)을 달리하는 패턴을 적용했다. 여기서 포장재는 돌이 아니라 입자의 크기와 혼합을 달리해서 만든 PC 콘크리트다. 한국 프로젝트에서는 짧은 공기 때문에 PC 콘크리트 포장재를 적용해 볼 기회가 없었으나, PC 콘크리트는 여러 측면에서 석재 포장의 좋은 대안이다. 한국의 경우 예산과 조달의 제약 때문에 대규모 외부 공간 포장에 쓸 수 있는 석재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인 데 비해, PC 콘크리트는 색상 표현, 모듈 규격, 비례에서 더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중략)...
각주 1. 라이노의 플러그인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비주얼 프로그램 툴이다.
* 환경과조경 368호(2018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HLD는 이호영과 이해인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광범위한 분석과 접근 방법을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적 해법을 제공한다. 이호영은 고려대학교에서 원예학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조경설계 서안, 미국 에이컴(AECOM), 오피스 ma(office ma)에서 조경과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해인은 서울대학교와 UC 버클리(UC Berkeley)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하버드 GSD에서 조경 설계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에이컴과 파퓰러스(POPULOUS)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다양한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www.hldgroup.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