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아름답다. 눈부신 햇볕이 내리쬐는 곳,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는 소리와 함께 야자수에 둘러싸인 낭만적 외관의 건물이 즐비하다. 오렌지 월드와 거대한 마법사 조형물을 얹은 선물 가게와 아이스크림 모양의 가게도 있다. 여섯 살 주인공 무니가 사는 곳은 ‘매직캐슬’이고 친구인 젠시는 로켓 모양의 입간판이 서 있는 ‘퓨처랜드’에 산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관광객이 잠시 묵는 모텔에서 아이들은 엄마와 장기 투숙 중이다. 홈리스와 다름없는 하층 계급이 모여 사는 매직캐슬은 방값이 없어 쫓겨나는 사람들의 고함과 술 취한 사람들의 소동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복도 난간에는 이불이 널려 있고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이곳은 어디인가.
월트 디즈니가 1955년 캘리포니아에 개장한 디즈니랜드는 테마파크의 선배격인 코니아일랜드나 드림랜드와 다른 개념으로 기획되었다. 쾌락과 일탈의 장소가 아니라 어린이 위주의 건전한 가족 문화가 실현되는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1966년에 올랜도에 세운 두 번째 디즈니랜드 계획은 주변 지역이 포함된 도시계획 차원으로 확대된다. 정원도시운동(Garden City Movement)에서 영감을 받은 계획으로, 현대 도시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기획되었다. 도심을 중심으로 그린벨트와 공업 단지가 모노레일로 연결되는 방사형의 구조다. 이 신도시 개발은 엄청난 예산과 디즈니의 죽음으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대신 1971년에 매직킹덤이 세워지면서 전 세계인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8호(2018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올해 가을에는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적당한 강수량으로 나무의 영양 상태가 좋은 데다 일교차가 큰 날이 예년에 비해 많아서라고 한다. 며칠 전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찬란했던 나뭇잎이 다 떨어지며 이제 겨울임을 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