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기록적으로 뜨거운 여름입니다. 40도에 육박하는 온도가 이젠 그리 낯설지 않네요. 이 글을 읽으실 때는 좀 더위가 꺾였겠지요? 더운 여름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을까 해서 아주 잠깐 짬을 내 제부도를 찾았습니다. 한두 시간의 여유를 상상하고 찾은 바닷가지만, 역시 뜨거운 햇빛만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런.
제부도는 경기도 화성시에 속한 작은 섬인데, 썰물 때면 물이 빠지면서 육지와 연결되는 특이한 곳입니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데 물때를 놓치면 한참을 섬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바다도 바다지만, 사실 제부도를 찾은 건 최근에 여섯 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새로 만들었다는 제부도 아트파크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다를 향한 조망 장소와 전시 공간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더군요. 아트파크를 둘러볼 때 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구경을 마치고 나니 더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게 됐습니다. 게다가 밀물이 되기 전에 나와야 해서 허둥지둥 서둘러야 했습니다.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도로를 따라 겨우 섬을 빠져나오니 그제야 주변을 가득 메운 빨간 색의 귀여운(?) 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칠면초. 칠면조 아닙니다!
칠면초는 바닷가에서 군생하는 붉은 색의 한해살이풀입니다. 군락을 이룬 칠면초를 멀리서 보면 마치 단풍이 물든 것 같은 모습인데 비현실적인 붉은 색 해변이 아주 장관입니다. 제부도 칠면초 군락은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둑길에서 아주 가까워서 몇 걸음만 내려가면 자세히 볼 수 있더군요. 가까이에서 본 칠면초는 군락으로 보일 때와 상당히 달랐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5호(2018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