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광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광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광장이 뉴스 헤드라인의 진원지가 되는 일도 눈에 띄게 늘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는 2016년 연말을 강타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비판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촛불시위 탓이다. 건축이나 조경, 도시계획 분야에 종사하는 이른바 전문가들의 영역을 넘어, 광장이 요즘처럼 보통 사람의 의식과 일상에 가까웠던 적이 우리 역사상 또 있었을까? 언제부터 우리 국민이 이처럼 ‘광장형 인간’이 되었을까? 이는 광장이라는 공간이 워낙 한국적 전통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더욱 더 놀라운 일이다.
광장은 서구의 역사적 유산으로서, 그것의 기원은 고대 희랍의 아고라agora와 고대 로마의 포럼forum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경우 아크로폴리스가 신전이나 관청을 거점으로 한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였다면, 아고라는 상품 및 화물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자 시민들의 사교와 의사소통을 위한 무대였다. 고대 로마의 포럼은 자유인들의 공적 공간으로서, 밀실密室과 대비되었다. 특히 로마 제국은 유럽을 지배하면서 곳곳에 군단 캠프를 설치했는데, 이때 로마로 오가는 길에 교차로를 만들어 포럼을 조성했다. ...(중략)...
전상인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파트에 미치다: 현대 한국의 주거사회학』(2009), 『옥상의 공간사회학』(공저, 2012), 『편의점 사회학』(2014), 『공간으로 세상 읽기: 집·터·길의 인문사회학』(2017) 등이 있다.
* 환경과조경 347호(2017년 3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