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 Generation:
Minneapolis Riverfront Competition(2)
1996년 피터 워커의 문제 의식은 미국이라는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원들도 미국 조경의 문제였다. 물론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조경이 공유하고 있던 문제 의식이었을 수도 있지만, 세계까지 관심을 돌리기에 피터 워커가 당면한 미국의 위기가 너무 절실하였다. 하지만 그의 미국적 고민은 결국 훗날 미국의 조경이 실천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세계의 디자인을 주도하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오늘 우리 조경계의 문제 의식은 어떠한가? 피터 워커의 고민과 우리는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하고 있었던가? 당시의 피터 워커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여전히 조경의 미약한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절실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국의 조경계와 마찬가지로 건축과 토목, 도시 등 인접 분야와의 관계가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조경계는 피터 워커가 몸을 담고 있는 미국의 조경계와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던지기에는 껄끄러운 질문. 아직도 우리의 디자인은 열등한가?
이미 우리의 작품들은 미국의 프로젝트도 수상하기 힘든 ASLA 어워드도 수상했다. 청계천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계속해서 참고 사례가 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적인 도시 조경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미 국내의 여러 공모전에서 국내의 디자이너들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와 조경가들을 이기고 여러 번 우승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이면도 있다. 우리가 갖고 있었던 한국적인, 혹은 한국의 도시적 문제와 그동안 우리가 발전시킨 그 디자인은 우리만을 위한 것인가? 우리의 문제 의식과 대안들은 그 무대를 세계로 돌렸을 때 의미가 없는가? 우리는 과연 열등한가? 아니면 이제 따라잡았는가? 혹은 우월한가?
미니애폴리스 공모전은 피터 워커가 주도하던 시대 이후에 등장한 디자이너들의 경연이었다. 이 공모전을 통해서 새로운 세대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보인다. 그것은 그들이 과거에 비해 자유롭다는 것이다. 다른 영역과의 관계에서도, 지역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자유롭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은 새로운 가능성을 준다. 그러나 그 자유로움은 그 이전 세대의 치열한 고민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피터 워커가 미국 조경계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바로 조경계의 문제를 규정하는 것, 즉 조경계 스스로가 어떠한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메타적인 고민이었다. 문제 의식 자체가 현실을 규정하고 과거의 의미를 찾아내고 결국 미래의 방향을 찾아내주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15년 전 피터 워커의 모습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처럼 우리의 문제가 우리 현재를 규정해주고 그 미래를 자유롭게 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