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이란 무엇인가? 우리 인류가 살면서, 남긴 흔적을 역사유적이라 한다면 문화재는 그중 오랫동안 남겨주어 후세에 물려줄 수 있을만한 유산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역사유적, 문화재는 우리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로운 것을 향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직감을 준다.
나의 해외역사유적 탐방은 1985년 여름부터 일본 고베, 동경을 답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온고이지신(溫故以知新)” 옛것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터득하고 양식을 배운다는 진리를 바탕으로, 적어도 조경문화사에서 나오는 조경유적을 직접 보지 않고는 조경작품을 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때는 이미 1981~1984년까지 신구대학 조경과에서 조경사를 강의하고 있었으므로 그 요구가 더욱 절실하였다. 그동안 해외유적 탐방을 통해 느낀 역사경관, 문화재 보존에 관해 요약하여 기술해본다.
유럽의 몇몇 도시들
프랑스 파리는 유럽의 관문으로 개선문을 중심으로 시내중심에 퐁피두광장, 루불박물관, 에펠탑, 샹제리제거리 등이 있다. 이곳들은 역사경관보존지구로서 새로운 건물의 신축이나 변경 등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새롭고 현대적인 건물을 지으려면 신개선문쪽의 라데팡스로 가라고 유도하고 있다.
라데팡스에서는 현대적인 건물, 초감각의 환경조형물, 미술조각품들이 자유자재로 세워지고,자태를 뽐낸다. 그러나 개선문 안쪽에 새로운 시설들은 쉽게 설치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개선문안쪽의 역사문화유적들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리스 아테네는 파르테논신전을 중심으로 수십만평의 성림이 조성되어있고, 아고라, 아카데미 하우스 등의 역사경관지구가 펼쳐지고, 리카피토스 언덕과 파르테논신전 사이에는 현대도시건물들이 바둑판모양의 정형식으로 펼쳐진다. 유네스코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은 아테네의 상징이자, 중심 문화유적지로 잘 보존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스트리아 비안나에서도 마찬가지다. 슈테판성당과 오페라극장, 쉔부른 궁전등의 구시가지는 철저히 보존되고, 새로운 건물의 신축이나 증축은 통제된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는 슈테판 성당보다 높이 지을 수 없으며, 짓더라도 철저한 경관계획에 의해 통제된다. 그리고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는 외곽에 나가 지을 것을 권장한다. 비엔나 외곽에 지어진 호수가의 국제회의장 단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국제회의장 건물이나 미술조각품, 가로의 환경시설물들이 초현대적이고, 초감각적인 자태를 뽐낸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다뉴강을 끼고 “부다”라는 북쪽의 지역과 “페스트”라는 남쪽의 지역이 합쳐진 고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유적들은 왕궁들을 비롯해 북쪽의 부다지역에 있고, 남쪽은 국회의사당, 영웅광장 등의 과히 오래되지 않은 건물들이 있어 구분된다. 이곳도 북쪽의 역사유적과 고건물, 경관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체코의 프라하는 시내 몰다우강을 따라 역사경관이 잘 보존된 도시의 대표이다. 최고 언덕위에는 9~11세기에 지어진 “빈교회”가 있고, 그 아래 6백개나 되는 종탑들이 보여, 고즈넉한 모습을 띠고 있어서 시내중심에는 현대건물의 신축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슬로바키아의 “블라디슬라바“는 외곽의 성을 중심으로 역사유적들이 잘 보존되고 있고, 멀리에 주택단지 등 도시시설들이 보인다. 중세 성유적 보존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는 크레물린을 중심으로 3개의 원형과 8개의 도로가 직교하는 “방사환상형 도시“의 전형이다. 약 98m의 높이에 있는 크레물린, 붉은광장 도심지 중앙을 중심으로 역사유적이 몰려있고, 이곳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유적을 보존한다. 그러나 남쪽의 모스크바 대학을 비롯한 올림픽스타디움, 기타 오피스건물들은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지었다. 물론 모스크바대학본관 건물과 우크라이나 호텔 등 9개소에 산재한 스탈린 양식은 기본적인 도시틀을 구성해주는 중요요소이긴 해도, 철저히 역사경관지구와 외곽지구의 건물, 도시경관적 요소들이 대비된다.
글 _ 이재근 교수(상명대 환경조경학과)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