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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경관과 조경설계
  • 환경과조경 2008년 4월

역사경관 보존 제도
우리나라 헌법은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제9조) 및 국토자원의 합리적인 보호이용(제120조 2항)을 위한 제한과 의무(제222조)를 규정하고 있으며, 문화재 보존 및 관리와 관련해서 ‘문화재보호법(1962년)’이 특별법 성격으로 운용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1조에 문화재 보호는 ‘조상들이 남긴 민족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전승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가치관 정립과 국민의 문화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나아가 민족의 우수성을 홍보하여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1980년대 이후 건축물의 고층화와 대형화, 난개발 등으로 인해 역사경관권역의 개발 규제 필요성에 따라 문화재 보호구역, 검토구역, 역사문화미관지구의 제정 등이 이루어졌다. 2002년에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제15조) 규정, 2004년에는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을 통하여 고도(古都) 지역의 역사문화환경 및 문화재 보존, 지역 주민의 재산권 보호, 역사경관의 광역적 보존기반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역사경관보전을 어렵게 하는 것은 보전요소의 점재성(點在性), 소유자의 개발이익과 보전목적의 상충, 보전비용 등 재정지원 미흡, 획일적인 보호기준과 유지관리 주체 문제, 원형유지와 변화의 폭 등 심의기준이 문제점으로 상존한다.
영국의 역사경관 보존은 ‘The Ancient Monument Act(1882년)’가 제정된 이후 민간차원의 National Trust 발족(1907년), 국가주도하의 ‘경관보호법(1963년)’ 등 민과 관의 협력체계가 정착되면서 미국은 물론 영연방국가들의 문화재 보존 및 보호정책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미국은 영국의 National Trust를 모델로 ‘Trustees of Scenic and Historic Places and Objects(1896년)’가 결성되어 독립전쟁 유적지 등 민간 주도의 보존운동이 전개되었다. ‘Historical Site Act(1935년)’, ‘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1966년)’가 제정되었고, 연방정부의 역사보전심의회, 주정부의 역사유적보전위원회, 자치단체의 역사위원회 조직이 운용되어 유적지 주변에서의 프로젝트 중지 및 설계 심의, 토지이용에 근거한 미관규제, 보조금 제도 등을 통하여 보존관리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사적명승천연기념물법(1916년)’을 시작으로 문화재보호법(1950년), 고도보존법(1966년)을 제정하였다. 1964년에는 가마꾸라의 National Trust 주도로 역사공간에 대한 경관보존운동이 주목을 받은 이후, ‘역사적 풍토보존에 관한 특별법’(1966년)을 제정하여 역사경관 권역의 보존 정비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가나자와시의 전통 환경보존 및 아름다운 경관형성에 관한 조례(1989), 오다루시의 역사적 건조물 및 경관지구 보전조례(1983)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 역사경관을 광역 경관계획 및 보존체계로 다루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약(1954년)’에서 문화재를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의미있는 건물 환경군(環境群)”이라 하여 문화재보존 의미를 면적 대상으로 확대시켰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채택된 ‘기념건조물 및 유적의 보존과 수복을 위한 국제헌장(1964년)’은 국경을 초월한 문화유산의 보존이라는 시각이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1972년에는 세계문화유산 협약안의 상정을 계기로 자연 및 문화유산과 관련한 역사경관의 보존관리 체계는 광역보존 방향으로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 일본 나라(奈良)에서 개최된 ‘문화유산의 진실성’에 관한 국제회의(1994년)는 문화유산의 보존방법에 대한 인식을 넓히며, 유럽 석조문화유산 중심의 가치기준에 수정을 가하였다. 즉, 목조건축물 및 문화유산의 지역적,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며, 문화유산의 진실성(authenticity)은 형태와 의장, 재료와 재질, 용도와 기능, 전통과 기술, 입지와 환경, 정신과 감성, 그 밖의 내적·외적 요인을 포함한다는 합의를 도출하였다.
유럽의 베니스, 로마, 파리, 일본의 나라와 교또, 중국의 소주 등은 역사적 문화경관의 틀을 깨뜨리지 않고 전통성을 보존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아름다운 역사도시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도시들은 전통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로 점진적인 발전체계를 뛰어넘어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낮은 건물군으로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었던 경관구조에서 콘크리트로 급조된 거대한 스케일의 물리적 도시구조로 전환되었다.

(중략)

역사경관과 조경설계론
오늘날 전통도시의 역사경관 권역은 광역적인 토지이용 규제와 문화유산을 건전하게 보전하기 위한 대안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특히 역사경관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경관문화유산 가치로 인식을 전환해야 하며, 광역 경관보전체계 수립과 연계된 기본계획의 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즉, 가시성(visibility), 접근성(accessibility), 활동성(activity), 의미성(landscape meaning) 실현을 위한 경관계획 및 조경설계 방안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과 연계하여 국, 내외 역사경관 보전에서 시사하는 바를 토대로 설계적 대안을 제시 하고자 한다.
첫째, 조경설계·시공과 관련한 세계 최고의 저술서 원야(園冶), 계성에 의해 1631년 저술)에는 인지차경(因地借景)과 정이합의(精而合宜) 즉, ‘주변 지형과 경물을 잘 이용하여 융화되게 원림을 조성하되 정교하면서도 합당’해야 하고 수유인작 완자천개(雖由人作 宛自天開) 즉, ‘융화된 풍경은 비록 사람이 만든 것이라도 하늘이 만들어낸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역사경관 권역의 바람직한 보전을 위한 접근에는 자연에 대한 절제와 생태환경 질서를 중시하는 토지관, 수용력이 고려된 토지이용과 경관짜임 등 정교한 설계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서울, 경주, 전주와 같은 역사도시들은 노력여하에 따라서 정체성 짙은 문화경관 재현이 가능하다는 실례를 수원성곽(華城) 복원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화경관 관리권역의 확대는 물론 시각적 명료성과 개방성 확보를 위한 옛 동선체계의 수복, 전통 의장 및 재료, 색상과 기법 등 철저한 고증작업을 통하여 고전미를 부각시키는 전략이 요구 된다. 이때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에서 멸실되거나 왜곡된 석조물과 목조물, 조경식물 등 오류문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데, 각종 사료가 조경영역에서도 유용하게 할용 될 수 있는바, 수원성곽 복원시 적용된 화성성역의궤(1801년), 소쇄원 복원시 적용된 소쇄원도(1755년)와 소쇄원48영(1548년)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셋째, 역사와 문화경관을 보고 듣고 느끼며, 체험이 가능한 동선체계 및 목적공간의 수복, 그리고 멸실되거나 박제화 된 문화경관 이미지 요소의 발굴 및 재활을 모색해야 한다. 영국의 Relph(1987)는 현대 도시경관의 부정적 특징으로 ‘비연속적 경관의 연속’을 들었고 Rowe(1975)는 역사문화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사이 공간’ 즉, ‘중첩 공간’이 경관 생성과 해석의 열쇠임을 언급했다. 따라서 중첩공간에 대한 전통이미지의 충실한 표현과 경관짜임을 통하여 문화재가 불연속적으로 산재하는 우리나라 역사경관 권역의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역사경관 권역의 복원, 정비와 관련한 조경설계적 접근은 선조들이 견지했던 환경설계원칙의 적용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즉 자연과 인공의 교집합 조화원리 그리고 공간 영역을 중첩시키는 침투기법, 단위공간을 중심공간에 종속시키는 주(主)와 종(從)과 첨(添)의 위계적 공간구성체계, 내·외부의 조망을 동시에 고려한 경관관리계획, 친근감을 주는 인간적 척도 개념의 공간스케일, 미적 쾌감을 은유적으로 상징화 하는 조경의장과 소재적용, 풍수적 사신사와 물길, 연못과 전통숲 등 환경미학이 어우러진 경관짜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다섯째, 역사경관 보전전략 사업들은 최근 법제화된 ‘경관법’에 근거하여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특정경관계획과 연계된 역사경관 권역의 경관계획, 경관사업과 연계된 문화재 주변 경관보전 그리고 주요 산 및 하천의 제 모습 찾기, 주민발의와 행정지원체계 구조인 경관협정을 통한 경관 개선, 재래시장과 골목길 문화 환경 개선 등을 모색해 한다.


글·사진_신상섭 Shin, Sang Sup(우석대학교 조경도시디자인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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