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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가 주는 교훈과 전통조경이 나아갈 길
  • 환경과조경 2008년 4월

숭례문 화재 - 문화재 무관심에 대한 마지막 경고
국보 1호로 우리 문화재의 상징적 존재였던 숭례문이 어처구니 없게도 한 인간의 광기에 가까운 사회적 보복 심리에 의해 우리 눈앞에서 처참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고 도성의 정문으로서 지난 600여년간 각종 참화와 전란속에서도 꿋꿋히 그 자리를 지켜왔던 숭례문이 한 순간에 불타고 말았다.
사실 숭례문 화재의 원인은 한 인간의 그릇된 인식에 의한 방화이지만 그 저간에는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안일함도 한 몫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문화재는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함에 대하여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2005년 4월 5일 낙산사 산불로 사찰 전체가 전소되고 보물인 낙산사 동종이 화마에 녹아드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안타까워 했던가. 또 작은 가십거리에 불과했지만 창경궁 문정전의 방화도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창경궁 방화범이 숭례문 방화범과 동일 인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진작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국보 1호이자 문화민족의 자부심의 상징이었던 숭례문마저 잃어버리는 참담한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숭례문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가면서까지 우리에게 다시 한번 경고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숭례문이 불탄지 어언 한달여가 지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벌써부터 숭례문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재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발견되는 일이다. 눈물을 흘리며 조화까지 바치던 그 추모의 열풍도 사그라들고 있으며 각종 언론과 신문지상에서 떠들어대던 추후의 방재대책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혹간에 우리의 민족성을 폄하하는 표현으로 냄비근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보다는 뚝배기와 같은 은근과 끈기가 우리의 정서를 보다 더 잘 대변한다고 본다. 적어도 문화재 보존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의 뚝배기 정신이 되살아나 따뜻한 열기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재 보존의 딜레마 - 보존과 개방
숭례문 화재와 더불어 화재의 근본적 원인을 조급한 개방에서 찾으려는 시각도 있다. 일부의 시각에서 보자면 국보 1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를 그리 쉽사리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반면 문화재를 관리하는 최종의 책임을 지고 있는 문화재청이든 관리를 위임받은 서울시의 입장은 국민들에게 문화재 향유권을 되돌려 주자는 문화재 정책의 일환이었다는 설명이다. 21세기 문화재 보존정책의 기조는 대국민에 대한 문화재 향유권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개방은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치로 보여진다. 지난 세기까지 문화재 보존정책의 큰 방향은 ‘현상보호’와 ‘동결보존’이었다. 이로 인해 문화재는 국민들로부터 소외되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재 정책은 원형보존을 전제로 한 활용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문화재 활용론은 이미 선진외국을 중심으로 각국 문화재 정책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혹여 숭례문 화재가 빌미가 되어 보존을 전제로 한 개방과 활용이라는 문화재 보존정책의 기조가 다시 퇴보하거나 회귀 되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문화재에 대한 개방과 활용에 앞서 문화재 보존과 관리, 각종 위험으로부터의 예방에 보다 치밀한 사전준비가 전제됨은 물론이다.

숭례문 화재 - 전통조경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이번의 숭례문 화재는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회복하기 위한숭례문 자체의 문제해결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의 참사는 남아 있는 우리의 문화재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화재 전반에 대한 방재대책을 새롭게 점검하고 기존 문화재에 대한 보존철학도 정립하고, 나아가 대국민적 문화재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한편, 조경분야에서도 이번의 참사를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조경문화재의 보존 및 관리실태는 어떠한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고, 문화재 조경 전반에 대한 현실도 냉정히 조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현대조경 속에서 전통조경의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자리매김을 할지에 대한 다양한 발전적 대안의 모색이 논의되어야 한다. 그 중 본고에서는 백년대계하고 하는 전통조경 교육이 앞으로는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지 개인적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전통조경 교육의 방향 - 전통조경 교육의 다변화 필요성
현재 각 대학 조경학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경교육에서 전통조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조경사라는 이름으로 한 과목 또는 두 과목으로 편성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마저도 동·서양 조경사로 나누어지니 한국 전통조경은 반쪽만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나마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 것도 기사시험 과목이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과목은 개설되어 있지만 전공자들이 빈약하다 보니 비전공자들의 떠맡기식 강의와 내용도 기사시험에 초점을 맞춘 단편적인 암기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육을 받은 조경학과 졸업생들이 실무에 나아가 전통적 사고를 기초로 창조적 발상을 이끌어 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지나친 요구가 되고 있다.
바라건대 개별 조경사 과목뿐만 아니라 조경교육의 핵심을 이루는 계획, 설계, 시공, 관리로 이루어지는 조경교육의 핵심적 과목들 속에서도 전통조경의 내용은 일정 부분 함께 다루어져야만 한다. 모더니즘(근대주의)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서 출발한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주의)의 철학적 토대가 역사성과 맥락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의 전통원림 속에서 발견된 터잡기 논리가 현대 공간의 site planning으로 접목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전통공간의 조영원리와 설계방법론으로의 관계맺기는 불가능한 것인가. 실용적이든 미적이든 누구나 인정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정원의 요소들이 현대공간속에서 단지 소품이나 오브제로서가 아니라 설계적 요소로서는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 한국미에 대한 진지한 탐색의 결과가 현대 조경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미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칫 조경미학이라는 과목이 어설픈 서양의 형식미 논리로만 가득 채워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모두에게 되묻고 싶다. 이러한 현실은 어느 누구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배우는 학생들보다는 기성 조경인, 더 나아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선생들의 책임이 더 큰 것만은 분명하다.

글 _ 김영모·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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