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인프라스트럭처 그리고 변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두고 ‘자연조건의 적합성’, ‘홍수 대처 능력’, ‘물동량과 물류비 절감의 정도’, ‘건설비용’, ‘생태계 파괴’, ‘식수원 오염’, ‘대기오염절감’, ‘세계의 흐름’ 등의 관점에서 관련 전문가는 물론 국민적 찬반의 논쟁이 치열하다. 건설의 당위성 여부를 떠나 운하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과 같이 한 사회, 한 국가의 산업이 움직여가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ue)의 한 유형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또 시대가 바뀌어도 사회간접자본이 미흡하면 그 사회, 국가의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운하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역사를 보면 그 시대, 그 사회의 여건에 따라 필요성과 역할이 다르게 작용한다. 예컨대, 운하 건설의 역사가 가장 오래 된 나라 중의 하나인 중국의 경우, 기원전 485년에 시작하여 1923년까지 약 1,800여년에 걸쳐 북경과 항주 사이의 1,700㎞ 거리를 이어온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의 경우, 초기엔 단순한 곡물 수송의 기능을 위해서, 점차 사회가 발전할수록 점차 군사와 군량의 이동, 그리고 점령 지역의 사회통합과 통치를 위한 정치적 세력 확장의 목적으로 건설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갔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럽의 RMD(Rhein-Mhein-Daunau)운하의 경우 1845년에 일차로 라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한 것은 물자 수송을 위한 목적으로 건설 되었으나, 1921년에 건설되기 시작한 RMD 라인은 물자수송에 더하여 북부 유럽의 풍부한 물을 남부에 공급하고, 동시에 수력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이렇듯 인프라스트럭쳐로서의 운하는 농업사회, 산업사회 등 산업구조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농사, 곡물수송, 물류수송, 수공급, 수력이용, 관광 등으로 그 기능이 다르게 변화되어 왔다.
그렇다면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서의 한반도 대운하는 어떤 미래 비전을 가지고 건설되어야 할까? 또 그와 관련하여 대운하 건설에서 추진되어야 할 조경정책은 무엇인가? 본고는 21세기 지식정보산업사회의 특성과 두바이 및 네덜란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21세기 지식정보산업사회와 운하 건설
21세기 지식정보산업사회 키워드는 글로벌화, 네트워크, 변화의 가속, 흐름(Flow:정보, 통신, 사람, 물자, 자본, 미디어 등)의 증대, 과정(Process), 진화(Evolution), 혼성(Hybrid)과 융합(Convergence), 환경과 문화, 브랜드와 가치 등이다. 이 시대에 있어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은 특정한 시간, 장소에서의 매스(Mass)로서의 기능을 중시하기보다는 글로벌 사회에서의 도시, 국가간 네트워크 속에서의 흐름을 조장할 수 있는 허브(Hub) 또는 노드(Node)로서의 기능성과 역할이 더 중요하게 인식된다. 또한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은 기술, 사회 등 가속적 변화와 그에 따른 진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과정을 수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인프라스트럭처는 고유의 기능에 더하여 자연, 환경, 문화·예술의 복합체로서 일상적 삶과 격리된 시설로서가 아니라 주거, 레저, 웰빙 등과 혼성(Hybrid)되는 양상을 지녀야 하며, 무엇보다도 구축된 인프라스트럭처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기능을 넘어 도시 또는 국가의 가치(Value)를 제고할 수 있는 브랜드 구축 전략 상품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한반도 대운하는 무엇보다도 21세기 지식정보산업사회의 미래 전략적 가치 추구 맥락에서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한반도 대운하는 단순한 선으로서의 운하를 넘어 운하와 주변 토지를 복합시키는 공간체로서 입체화 시키고, 자연과 환경과 문화와 복합된 삶터로서 건설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도시와 국토, 세계와 네트워크화 시키고 허브서의 한국의 국토 브랜드로 상정하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하다.
글 _ 조 세 환 Jo, Se Hwan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설계·조경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