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형 국토, 연중 고른 강수량의 유럽과 비교하면 안돼
강 위에 선박이 다니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 평범한 사실에서부터 운하건설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운하 찬성론자들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유럽은 운하가 발달했기 때문에 우리도 가능하다고 외친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유럽은 대형선박이 운행할 수 있는 강의 조건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유럽은 과거 빙하기 시대를 거쳤기 때문에 알프스 지역의 산악지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토가 평지이다. 라인강도 도나우강도 평지로 흐르고 있다. 비도 연중 고르게 내려 수량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강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의 강은 기울기가 심하고 하상계수가 매우 크다. 하상계수(유량변동계수)는 강이나 하천에 물이 가장 적을 때와 가장 많을 때의 차이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하상계수가 큰 하천일수록 하천 유량의 계절적 편중이 심하고 불안정하여 수심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야만 하는 내륙주운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강의 하상계수가 매우 커서 항상 배가 다닐 수 있는 수량 확보와 수심 유지가 매우 어렵다. 현재 한강과 낙동강의 평균 수심은 2~3m 이하이기 때문에 대형 화물선의 운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강수량은 계절적 편중이 심하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 등으로 태풍, 집중호우, 홍수, 해일 등이 더욱 빈번해졌고, 이에 따라 산사태를 동반한 잦은 물난리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래서 강수량의 계절적 편중이 크고, 불규칙한 나라일수록 운하와는 거리가 멀다. 홍수나 집중호우도 자주 발생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결빙, 안개, 가뭄 등 기후 조건의 변동이 매우 큰 자연조건을 갖고 있다.
전구간 인공적 개조로 생태계 대재앙 초래
이런 자연조건을 무시하고 굳이 운하를 건설한다면 강은 어떤 모습이 될까? 쉽게 얘기하면 모든 강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해야만 한다.
이명박 당선자와 운하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부운하 553km구간에 19개 갑문과 한강 6개, 낙동강 6개의 수중보와 댐을 설치한다고 한다. 수중보나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둬 놓아야만 대형선박 운항의 수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수로 폭 100~300m는 9m 이상의 강바닥을 파서 평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2,500~5,000톤 급 선박운행을 위한 수심 6m~9m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구간인 백두대간 조령산에는 20m 이상의 폭과 높이로 26km 길이의 터널을 뚫어야 한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뱃길이 없기 때문에 경부운하 전 구간을 인공적으로 개조해야만 선박운행의 필수조건이 생기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표고차를 극복하고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중보나 댐을 설치하면 한강과 낙동강은 댐과 댐 사이에 막혀 있는 거대한 수조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한강과 낙동강은 살아 움직이는 강이 아니라 거대한 죽음의 호소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강의 유속이 느려져 정체수역으로 바뀔 경우 심각한 부영양화를 일으키게 되고 수질오염을 악화시킨다. 부영양화의 주요 원인은 인의 과부하 정도와 물의 체류시간이다. 호소에서는 물이 정체되기 때문에 플랑크톤 증식이 왕성해진다. 표층수에서는 빛을 받아 광합성이 일어나는데 인과 같은 영양염류의 농도가 높으면 식물플랑크톤은 더욱 빠르게 증식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물의 체류시간이 3~4일 이상이 되면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은 더욱 가속화된다. 경부운하의 수중보와 갑문은 하천 상류에서 하류까지 물이 흘러가는 유하시간을 대폭 연장시켜 부영양화로 인한 수질악화의 기본 조건을 만든다.
둘째, 찬성측에서는 하상평형을 위해서 9m 이상의 강바닥을 파야한다고 한다. 준설과 암반제거 등 대대적인 하상 굴착이 이루어져야 하고 하천이 없는 구간에는 인공수로를 건설하고, 필요에 따라 일부 구간은 물을 채우기 위해 수몰시켜야 한다. 과다한 하상 굴착은 하천 공학적 측면에서 하상 평형 파괴로 인한 유사(流砂) 교란, 유황 변화, 하천 구조물 파괴를 야기한다. 또한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주변 도시의 기반시설물과 건물 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기준으로 볼 때 현재 경부운하 수로 건설을 위한 하상 굴착 규모는 하천 생태계 파괴는 물론 공학적 측면에서도 하천의 구조적인 평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그 피해는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수중생태계도 대혼란에 빠진다. 공사기간 흙탕물의 발생으로 물이 탁해져 빛을 차단시키고 수생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며 강바닥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사라지면서 오염물질을 분해하지 못해 정화작용이 중단된다. 또한 어류들의 산란처와 서식처가 사라지고 물 흐름의 정체로 부영양화가 발생한다.셋째, 하상굴착은 지하수위를 변동시키고 주변 습지생태계를 파괴한다. 하천 본류와 지류 그리고 지하수는 연결되어 있다.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는 강과 연결된 중요한 습지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습지보전법에 근거하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창녕 우포늪, 한강 장항습지, 한강하구 등을 비롯하여, 대구 달성습지, 여주의 굴암리 습지 등이 있고, 그 밖에도 알려져 있지 않은 수많은 습지들이 강을 따라 발달해 있다. 이러한 습지는 하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스펀지와 같이 물을 함양하고 있다가 갈수기에는 물을 공급하는 반면, 홍수시에는 물 저장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러한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부운하의 하상굴착은 하천의 수위와 지하수위를 변동시켜 결과적으로 습지생태계를 파괴한다.
넷째, 운하건설은 우리나라 하천의 담수어류 고유종을 멸종시킨다. 하천생태계는 서식처의 구조적 특성상 지역에 따라 고유종의 분포가 높다. 경부운하 사업은 우리나라 하천생태계를 상당부분 통합시켜 수생태계의 단순화와 저질화를 초래하여 수생 고유종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수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접 습지와 육상생태계까지 황폐화시킬 것이다. 경부운하 사업은 물길을 잇는 과정에서 수심, 유속, 저질, 유역환경을 변화시켜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한강, 낙동강 및 금강 유역의 고유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한강 상류 수심이 낮은 여울부에서만 분포하는 천연기념물 어름치(Hemibarbus mylodon)를 비롯하여 멸종위기종인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와 낙동강에 사는 흰수마자, 여울마자, 얼룩새코미꾸리와 같은 한국 고유어종들은 변화된 서식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거나 개체군이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한강 본류의 서식환경과 저서무척추동물상은 크게 변하였다. 고수부지 평탄화 및 연안대 직강화, 하천바닥 준설은 서식처 교란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하천 연안대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은 공사 이전의 약 20~60%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외에도 운하건설에 따른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글 _ 박진섭
생태지평 연구소 부소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