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11월. 월간 『환경과조경』에서는 “공무원 직급에 조경직 기구가 필요하다”라는 주제를 특집으로 다룬 바 있다. 최근의 이슈인 ‘조경직제’와 관련한 특집을 준비하기로 하고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정확히 10년 전 잡지사에서 이슈로 제기했던 이 문제가 정확히 10년 후 우리에게 또다시 당면한 과제로 다가와 있었다.
“…(전략) 해를 거듭하면서 그 영역과 범위가 확대되고 의미 또한 광범위해져 도시계획, 도시생태, 환경생태 등의 영역에서 선두주자로서 자리를 굳혀나가고 있다. 원예, 임학, 생물학, 생태학, 건축, 토목, 미학 등 각론으로 구성된 하나 하나의 가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생명을 불어넣어 종합예술로서 승화시키는 작업이 바로 조경인 것이다. 때문에 조경직 설치의 필연성과 당연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을 다루는 전문조경직이 정부행정조직에 누락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쾌적한 생활공간 창조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조경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이 때에 우리는 시대를 역행하는 우를 범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속하고 있다.
다행히도 얼마 전 서울특별시 조경과 신설보도는 조경분야 발전에 잠재적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관계인의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았다. 법적, 제도적으로 조경직 설치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조경가들이 전문기술자로 인정받고 나아가 환경대통령이 선언한 녹색환경의 나라로 진일보하게 될 것이다. 조경을 제외한 유사분야의 배타적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닌, 너와 내가 아닌 <우리삶 터전>을 위해 진정한 조경의 의의와 인식을 고취시키고 그 대책을 고민해 봄으로써 분야의 사회적 위상과 입지를 확고히 다져보고자 한다.”
(『환경과조경』, 1996년 11월호, p.53)
지난 1996년 특집 도비라에 소개된 편집자의 의도이다. 분야의 사회적 위상과 입지를 위한 이후 10년 동안 수많은 조경인들의 바람과 함께 조경분야 한 켠을 맴돌고 있던 공무원 조경직에 대한 염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최근 국가직 공무원 직군·직렬 개편에서 임업직렬에 산림조경직렬, 시설직렬에 시설조경직류가 신설되면서 지방직 공무원의 조경직 신설도 막연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남은 기간 동안의 우리의 관심이 보태져야 할 테지만.
조경직제 추진 경과
1996년 10월
서울시 녹색그린 사업 ‘그린비전 서울2000’ 발표. 공원녹지기획관 정비 후 조경과 신설. 임업직이 부이사관급으로 첫 지명.
1996년 11월
『환경과조경』통권 제103호 특집 ‘공무원 직급에 조경직 기구 필요하다’ 기획. 서울시 공원·녹지관련 부서의 업무내용과 인적구성, 공무원 시험과목, 조경직 설치와 조경교육, 조경직 설치의 당위성 등을 비롯해, 각 지자체 별 조경직 신설 움직임과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 공무원 조경기구 사례 등 방대한 정보를 자료화 함.
1998년 12월
(사)한국조경학회, 전담부서 없이 지속적인 사업이 되지 못함을 문제로 ‘조경직제 추진위원회’를 결성. 행정부처에 “환경친화적 국토환경조성 및 21세기적 문화와 환경에 따른 조경전문가에 의한 선도적 행정의 필요성”과 함께 시설직군의 5개 직렬에 조경직렬을 추가로 신설할 것을 건의하는 ‘조경직제 신설을 위한 청원서’ 제출.
※ 소책자에는 조경직제 신설의 당위성 및 방안, 관련자료로 전국 조경학과 및 학부(전공)리스트, 전국 조경업 등록 리스트, 지방자치단체 직제 사례와 외국의 조경직 사례와 조경직 설치에 따른 법리와 법제에 대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1999년 3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자치단체의 공직분류체계 개선방안’에 조경직에 대한 내용 포함 발표.
2001년 2월
삼성경제연구원의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경직 신설 건의에 따라 행정자치부에서 ‘지방공무원임용령중개정령안에 “조경업무의 전문화 · 효율화를 위해 조경직렬을 신설하고”, “시설직군의 측지직렬란 다음에 조경직렬란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조경직 신설에 관한 입법예고(행자부 공고 2001-27호)를 함.
- 입법예고안에 대해 “조경직 신설은 임업직에 피해를 준다”, “조경직은 임업직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표명(한국조경학회의 의견은 입법예고대로 조경직은 시설직군 내의 조경직렬 및 조경직류로 신설되어야 한다는 입장)
- 행정자치부는 산림청과 한국조경학회측의 합의를 권하였으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조경직 신설에 관한 내용은 제외된 채 2001년 6월 차관회의에 상정됨(부처간 합의에 이르지 못함이 주요 원인으로 추측되었음).
2001년 7월
(20일)한국조경학회와 산림청 간의 회의. 산림청의 입장은 여전히 시설직군 내의 조경직 신설을 반대. 임업직렬 아래 조경직류 신설이나 임업직렬을 산림조경직렬로 변경할 것을 요구함.
2003년 2월
(10일)(사)한국조경학회,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대국민 정책 제안 수렴내용에 지방공무원 임용령 개정안 미처리 사항 정책으로 제안.
2004년 6월
(15일)중앙인사위원회에 ‘직군·직렬 분류체계 개편에 따른 조경직 신설’ 요청. 조경직렬과 조경직류의 영역성 확보를 위한 조경직 신설과 조경·산림직렬 통합안 등 2개의 대안을 제시.
2005년 12월
(7일)농림축산직렬에 조경직류 신설을 포함한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예정인 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중앙인사위원회공고 제 2005-62호). 2005년 12월 27일까지 의견수렴.
(19일)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회에서 조경관련 단체장들의 긴급회의 개최. 중앙인사위원회의 조경직 신설 직렬(농림축산) 분류에 따른 대책회의.
(20~26일)관련단체, 대한건설협회 등 조경직 공무원을 기술군의 시설직렬로 이관설치 요청
2006년 1월
(17일)중앙인사위원회, 인사위원회 중회의실에서 5급 이하 직군·직렬체계 개편 관련 관계기관 실무협의회 개최.
2006년 3월
(31일)변경된 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중앙인사위원회공고 제2006-16호).
2006년 5월
(29일)대전광역시청에서 임업직공무원 직렬·직류 반대 간담회 개최, 중앙인사위, 법제처 등에 임업직 공무원 직렬·직류 분리에 대한 건의문 발송
2006년 6월
공무원임용령 개정령 최종 입법예고.
2006년 8월
(2일)(재)환경조경발전재단, 공무원 임용령 개정에 따른 의견 제시.
(23일)(재)환경조경발전재단, ‘지방직 공무원 조경직 신설에 대한 대토론회’. 중앙공무원 임용령 개정에 따라 중앙공무원 직제 중 시설조경 직류와 산림조경직류가 신설된 이후 지방직 공무원 조경직 직제 개편에 대한 전체 의견 수렴 및 향후 장기적인 발전방향과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
2006년 9월
(5일)행자부 지방인사여성제도팀 주재, 조경직류 신설관련 2차 토론회
조경직은 표류 중
현재 지방직 공무원은 표류중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임업직 공무원이 조경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는데, 최근 국가직 공무원 임용령 개정 입법예고에 따르면 신설안으로 기존의 임업직에 산림조경직을 신설하고 시설직에 시설조경직을 신설하여 산림내 조경업무를 보는 공무원과 기존의 일반 조경업무를 보는 공무원을 임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초 농림축산직렬에 임업직류를 포함하고 조경직류를 신설하는 것으로 추진되었으나 임학계열과 조경관련 단체들이 반대의 의견을 적극 개진해 임업직렬에 산림관련직류와 함께 산림조경직류가 신설되고 시설직렬에 시설조경직류를 만드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농림축산직렬로 임업과 조경이 모두 통합되려는 상황에서는 임학계열도 임업과 조경은 모두 농림축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가직 공무원에 시설조경이 신설되는 것으로 확정되자 또다시 임학계열은 자신들만의 주장으로 열띤 항변을 하고 있다. 중앙 공무원의 개정도 적합하지 않고,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더더욱 조경분야의 분리(?)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다(논란 원고 참고).
이러한 계속된 이의 제기에 행정자치부의 입장 역시 혼선인 채로 표류하고 있는 듯한데, 현대 도시가 요구하는 많은 부분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것 같은 아쉬운 느낌이다. 결국 개정하고자 하는 의도, 즉 현대도시가 요구하는 역할, 업무의 효율성이나 현행 법제도 등 다양한 조경직 설치의 당위성과는 무관하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대한민국 문화속어대로 큰 목소리를 내는 편에 승기가 들릴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인용한 지난 1996년 도비라의 표현을 빌자면 ‘시대를 역행하는 우를 범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과오가 ‘행정개혁 로드맵’을 외치는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역시 통용된다는 현실이 아쉽기도 하지만 10년 전부터 외치던 메아리가 주변의 분위기 속에 제법 큰 울림이 될 법 한데도 불구하고, 남의 불 보듯 하는 분야의 무관심이 더욱 씁쓸할 뿐이다.
지난 6월 5일 중앙인사위원회는 현행 5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의 직군·직렬 체계를 개선·보완하여 국가직공무원들의 업무분야를 구분하는 「중앙공무원 임용령」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번 개선안에는 중앙공무원 직제 중 조경직을 신설하고 시설직렬에 시설조경직류와 임업직렬에 산림조경직류를 두기로 한 내용을 담고 있어 다소 미흡하나마 조경분야의 오랜 숙원이었던 공무원 조직안에 조경직이 신설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따라서 이어서 논의된 「지방공무원 임용령」 개정에도 조경직이 신설될 것으로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임업직 공무원들이 간담회를 갖고, 지방공무원 직제에는 시설조경을 인정할 수 없으며, 산림자원, 산림이용, 산림보호직류와 조경직류를 묶어 산림조경직렬로 신설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중앙인사위,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 전국 16개 시·도 임업직 공무원들이 간담회에서 채택한 건의문을 통해서 임업직 공무원들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주장 01.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일선 임업행정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하고 무책임한 개정이다.
개정 취지는 ‘지식정보화와 생명공학기술의 발달 등 행정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미 임업분야는 산림 및 조경분야의 구분 없이 하나되어 최일선의 임업행정 및 모든 현장에서 친환경적인 공원·녹지·산림 등 공간조성과 생태적인 복원·관리 등에 매진하고 있다.
주장 02. 일선에서 임업행정을 다루어 보지 않아 임업행정의 업무 성격을 잘 알지 못하는 문외한들이 만들어 낸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위에서 밝힌 대로 현재의 임업행정에서는 산림수목과 조경수목에 관계없이 모든 수목에 대하여 근원적으로 생태·생리 등 산림과 조경기술의 광역적인 기본 지식하에 산림조경과 시설조경을 같은 선상과 시각에서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시공·감독·관리하고 있으므로 임업직류를 산림조경과 시설조경으로 나누는 것은 현 제도를 퇴보시키는 반혁신적이고 낭비적인 행정이다.
주장 03. 지금도 소수의 인원인 임업행정이 더욱 세분화 될 뿐이고 이는 임업행정의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중앙부처인 산림청의 경우에도 임업공무원과 행정공무원의 숫자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고, 특히 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에 속한 임업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몇명에서 몇십명에 불과한 실정인데, 이번 개정(안)대로 확정된다면 현재의 임업행정이 ‘산림조경직렬’과 ‘시설조경직렬’ 각기 나뉘게 되어 일선 조직이 더 세분화될뿐더러 업무에 있어서도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주장 04. 시야를 넓게 보면 조경과 임업은 같은 학문이다.
대학교 조경학과의 과목에서 70%이상이 생명을 다루는 수목이나 자연자원에 대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산림자원학과 또한 80%이상이 조경학과 교과목과 유사한 생명자원에 대한 교과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조경학과나 산림자원학과 모두 자연환경에 대한 보전과 이용에 관한 학문이 주를 이루고 있고, 다른점이라면 조경학과의 경우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토목이나 건축관련 설계나 시공을 배운다는 점이다.
대략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개의 내용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이미 임업직에서 조경관련 업무를 충분히 처리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임업행정체계로도 조경의 업무를 처리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라는 주장과 ‘임학이나 조경학은 학문적으로 볼 때 비슷한 학문이다’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