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와 리조트
며칠 전에 용평리조트에서 한국관광학회 학술심포지엄이 있었다. 학술심포지엄을 하는 ‘리조트’에서 제자 학생이 뜬금없이 질문을 했었다. “교수님, 관광지와 리조트는 같은 것입니까 다른 것입니까?” 제법 나이와 경력이 있는 박사과정 학생의 질문이라 놀라면서도 어지간히 답답해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관광지(tourism destination)와 리조트(resort)는 다르게 보고자 하면 다르고 같다고 보면 같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관광지(또는 관광단지)는 관광진흥법에 의한 법적 용어이지만 리조트는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리조트는 법률적으로 보면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단)지’의 경우가 많고 ‘파크’(Park)라고 부르는 몇몇 스키리조트의 경우도 법률적으로는 ‘관광단지’인 경우가 많다. 또, 법률적으로 도시계획시설에 해당하는 ‘유원지’는 영문으로는 거의 대부분 ‘리조트’라고 부른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관광지와 리조트를 다르게 구분하지 않는다.
혹자는 관광지는 경승을 감상하는 당일 경유형 휴양지이고 리조트는 숙박과 체류를 기본으로 하는 장기 체류형 휴양지라고 구분하여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지는 관광목적지(tourism destination)의 의미에 기초하고 있고, 법률적으로도 관광지가 일정요건의 숙박 등의 시설과 면적을 갖추는 경우에는 ‘관광단지’가 되고 장기 체류형 휴양지가 되어 말 그대로 리조트에 해당된다. 또, 최근에 도시 규모의 대규모 관광도시를 ‘관광레저도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도시개발특별법에 의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지칭하는 용어로 리조트 도시(resort city)라고 불러도 무난할 것이다.
아울러, 관광(단)지 개발이 대체로 공공주체형이고, 공공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여 공공공간의 조성을 추구하는데 반해 리조트 개발은 대부분 민간주체형이고, 사업성을 우선하는 상업화된 공간의 조성을 도모한다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경향은 인정되지만) 이 또한 절대적 구분의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소위 리조트법으로 불리는 종합보양지역정비법(綜合保養地域整備法, 1987)에 의한 일본의 공공부문의 리조트 공급 정책에서 보면 이 구분은 한계를 가진다. 또, 국내의 많은 민간주도형 리조트 개발의 경우에도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단지로 지정을 받아 시행하기도 하며, 이는 사업허가의 의제(擬制)와 법률적 공신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리조트의 개념이나 유형에 대한 논고는 필자의 범위 밖에 있으니 리조트에 대하여 정의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럽다. 리조트(resort)의 어원은 불어의 ‘다시(: re) 모인다(: sortier)’는 의미로 ‘사람이 모이는 곳’, ‘다시 찾는 곳’, ‘사람이 많은 번화한 곳’ 임을 고려할 때, 필자는 리조트를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벗어나 여가, 휴양, 스포츠, 관광, 위락 활동 등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을 집단화한 관광 휴양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때 리조트는 수용하고 있는 활동 및 시설의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리조트(resort land), 리조트 타운(resort town), 리조트 단지(resort complex), 리조트 도시(resort city)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편, 일반 대중이 보다 쉽게 접근 및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의 개발은 사회복지 및 복지관광(social tourism)의 관점에서 대체로 공공부문(public sector)이 주체가 되고 도입 활동 및 시설의 선정은 공공성이 최고의 기준이 되는데 국내에서는 리조트라고 부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국내에서는 민간부문(private sector)이 개발주체가 되고 도입하는 관광휴양 활동 및 시설을 대규모화, 집단화하고 숙박과 체류를 기반으로 고도로 상업화된 관광휴양공간을 리조트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최근의 민간주체의 리조트 개발과 관련해서는 공간의 상업화(commercialization of space), 가상실재(hyper reality), 낭만적 백일몽(romantic day-dreaming), 시뮬라시옹(simulation), 시뮬라크르(simulacre) 문화적 소비(cultural consumption), 리미널리티(liminality), 리미노이드(liminoid), 코뮤니타스(communitas), 경험의 소비(consumption of experience), 분류로서의 소비(consuming as classification), 보보스(BOBOS: bourgeois and bohemian) 등 포스트모더니즘 내지는 포스트구조주의의 몇몇 개념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역시 본고에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은 리조트 개발에서 공간의 상업화나 사업성의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동 완 Ko, Dong Wan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